한영훈의 정신건강 이야기

봄, 당신의 기분은 안녕하십니까?

  • 입력 2012.04.09 10:17
  • 기자명 한영훈 정신건강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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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이다. 아직 꽃샘 추위가 몇 차례 더 남았다고는 하지만, 겨우내 못 보던 꽃들이 피어나고, 봄철 나물들도 시장에 나온다.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도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나고, 얼었던 호수가 녹으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비단 변화는 자연만은 아닌 듯하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그만큼 표정도 밝아진 듯하다.

봄은 여러 생명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새롭게 무엇인가를 시작할 희망과 용기를 준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새학기가 시작되는 시기가 하필 봄인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봄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입장에선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계절이기도 하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봄은 양극성 정동장애 환자들에게는 위기의 시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극성 정동장애란, 흔히 조울병으로 불리는데,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우울하기도 하고 들뜨기도 하는 병이다.

요즘 TV 쇼 프로그램에서 기분 변화가 잦은 사람들을 두고 쉽게 조울증이라는 말을 쓰면서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졌지만, 실상 조울병은 그리 간단한 병이 아니다.

기분이 좀 변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기분의 비정상적인 변화는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기분이 들뜨는 조증 상태가 되면, 평소와 다르게 자신감이 넘쳐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일들을 벌리게 된다거나,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불필요하게 쓰기도 한다. 심한 경우는 과대망상까지 나타나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다 보니까 크고 작은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고 대인관계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뒤따라올 우울증 시기가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된다. 조증 시기에 했던 행동의 결과들이 고스란히 그 개인에게 무거운 짐과 부끄러운 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봄을 맞아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왠지 기분이 좋고, 에너지가 넘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혹시 내가 평소와는 다르게 비정상적으로 기분이 들뜨는 건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봄이 주는 따뜻한 기분 좋음이나 건강한 에너지들까지도 비정상적인 것으로 치부해 버려서는 안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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