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을 위해 시작한 일

  • 입력 2013.05.13 14:18
  • 기자명 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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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텔레비전을 안둔지가 10년이 가까워 온다. 근데 텔레비전을 없애니 그 자리를 컴퓨터가 차고 앉아버렸다. 컴퓨터로 TV프로그램을 골라보고 영화도 다운받아 봐졌다. 이도 아니다 싶어 컴퓨터를 안둔지도 1년이 가까워 온다. 근데 이번엔 그 자리를 스마트폰이 차고 앉아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핸드폰 만지작거리는 일이다.

처음 산포에 자리를 잡을 때 혼자 해쳐나갈 많은 어려움이 눈에 보여, 허튼 곳에 시간을 버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텔레비전을 멀리한 시작이였다. 신혼살림을 차릴 때도 그녀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텔레비전은 혼수품에서 빼기로 서로 합의했다. 컴퓨터를 없앨 때도 새로 태어난 딸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주고 싶어서였다.

근데 이번에 스마트폰 끊기는 담배 끊는 것보다 힘들다.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때문이다. 카카오톡이나 밴드를 통해 그룹을 만들어 모임도 하고 카카오스토리로 지인들의 일상도 들여다본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하는데도 굉장히 용이하다. SNS를 통한 커뮤티케이션 도구로서 스마트폰은 나에게는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은 것이 되버렸다.

그래도 가족이 일번 아니겠는가. 어떻게든 스마트폰을 잘 끊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위해 공동체들의 소통방식을 멀리서 관찰해 보았다. 그런데 조금 엉뚱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공동체가 여럿이 활동하다 보면 ‘정보의 꼭지점’ 정보의 꼭지점: 공동체 내 소통에 있어 최종적으로 정보가 도달하는 곳. 혹은 정보가 수집돼 재가공 되는 공간.
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정보의 꼭지점’은 도달한 정보들을 이용해 공동체 전체를 주도하거나 혹은 통제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한 논의와 설명이 필요한데 지면관계상 기회가 되면 다음에 더 풀기로 하자.

박성태의 동행에서 오늘 하고자 하는 얘기의 핵심은 공동체를 나주라는 지역으로 국한해 보면 ‘정보의 꼭지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이다. 이들이 얻은 정보 혹은 생산한 정보들을 평등하게 제공하지 않거나 왜곡해서 전달한다면 어떻겠는가. 속된 표현으로 시민들은 놀아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정보가 평등하고 올바르게 제공되도록 아직도 부족한 제도들이 개선되어야 한다. 둘째, 정보의 꼭지점을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정보의 꼭지점’이 다원화(多元化)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과 맥을 같이하고, 시민에 의한 권력이 만들어 지는 것의 핵심이다고 생각한다.

텔레비전을 없애고 나니 이런 잡생각이 많아진다. 텔레비전이 없는 자리를 책이, 컴퓨터가 없는 자리를 신문이 차지하던 때가 있었다. 만약 스마트폰을 없앤다면 그 자리는 그녀들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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