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야생차를 말한다

  • 입력 2013.05.27 10:22
  • 기자명 송영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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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야생차를 말한다

 

 

이제 계절은 완연한 여름으로 들어선 듯하다.

금성산에 녹음이 짙어지고 날씨는 벌써 30도를 오르내린다. 야생 차나무도 잎이 점점 커지면서 차(茶) 만들기도 마무리 되었다.

올해는 유난히 차향기가 좋고 맛도 감칠맛이 많이 난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주야간 의 기온차가 컸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해마다 차를 만들면서 감탄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나주 야생차, 특히 금성산 야생차의 향기가 너무 좋다는 것이다. 타 지역의 차의 생엽(生葉)이 내는 향기에 비해 청아한 향기가 매우 강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들꽃 향기가 배어 있다. 그것은 차엽속에 함유된 유기산 중 사과산이 풍부하다는 것과 은방울 꽃이 내는 ‘리나룰’과 같은 성분들이 다양하게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화학비료를 사용하여 재배한 차의 싹은 청엽알콜류의 풋 냄새와 질소성분이 갖는 비릿한 단맛이 대부분인 반면, 야생차는 은방울꽃이 내는 상쾌하고 가벼운 향기의 리나룰 성분과 장미꽃에서 풍기는 따뜻하고 산뜻한 향기의 제라니올 성분, 쟈스민 의 달콤하고 농후한 시스쟈스민 성분, 락톤류의 복숭아와 과일향 등이 어우러져 다양한 화향(花香)과 과향(果香)을 품고 있다. 따라서 차라고 다 똑같은 차는 아닌 것이다.

필자의 나주생활을 돌이켜 보니 지난 17년간을 나주 야생차에 빠져 살지 않았나 생각된다. 나주 관내의 야생차 군락지를 살펴보고 각기 차를 만들어 나누기도 하고, 맛과 향을 비교해 보기도 하였다. 나주관내에는 무려 80ha에 이르는 방대한 야생차 군락지가 산재해 있다.

 

 

나주 야생차의 역사성

나주지역 야생차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조선초기의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와 중기의 신동국여지승람(新東國輿地勝覽), 후기의 고사촬요(故事撮要) 등에 남평현, 나주목에서 토산품으로써 작설차를 진상한 내역이 빠지지 않고 기록된 것과 1800년대 간행된 나주목읍지에 토산품으로써 작설차가 진상된 내역이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나주에는 오래전부터 야생차가 산재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지금의 나주시 다도면의 옛 지명은 다소(茶所)로 금강(옛 영산강의 이름)의 줄기를 따라 배에 실은 차가 가장 상류인 다소에서 집산되어 중앙으로 진상되었을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우리 차의 중흥조로 떠받들어지는 다성(茶聖) 초의선사(草衣禪師)께서 15세에 출가한 절이 지금의 나주시 다도면 암정리에 있는 운흥사(雲興寺)였다. 선사의 차는 결국 나주 차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선사의 차의 시작과 “다도(茶道)”라는 지명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대목에서는 감탄이 절로 인다 !

 

 

나주지역의 야생차 군락지

전남 지방에는 그 어느 지역 할 곳 없이 야생차가 산재해 있지만 특히 나주지역에 가장 많고 가장 넓은 면적의 야생차가 분포하고 있다.

나주지역 야생차 군락지와 면적을 살펴보면, 나주시 남평읍 동사리 월련대산에 약1.5ha, 나주시 다도면 암정리 운흥사 사찰림에 약3.3ha, 나주시 다도면 마산리 불회사 사찰림에 약33ha, 나주시 경현동 산3번지 금성산 도유림에 약20ha, 나주시 보산동 세장산 사유림에 약2.0ha, 나주시 다시면 청정리 백룡산의 나주김씨 문중산에 약7.0ha, 나주시 다시면 문동리 청림산 사유림에 약 6.0ha,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잠애산 사유림에 약 2.5ha, 나주시 진포동 가야산 사유림에 약 3.0ha, 나주시 반남면 대안리 자미산 사유림에 자라는 야생차가 약 2.0ha로 총 80ha의 넓은 면적에 야생차가 자생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1~2천평 규모의 야생차 군락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러한 야생차 군락지는 나주시의 훌륭한 자원이며 보는 시각에 따라, 개발 여하에 따라 시의 보물이 될 수도 있다. 다행이 금성산 삼림욕장주변 약8ha의 야생차 군락지는 6여 년 전부터 시 산림 공원과에서 관리를 하기 시작하고 무분별한 채취를 금하면서 황폐해 가던 모습을 버리고 다시 무성해 지고 있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자생녹차연구소는 시 산림 공원과와 계약을 하고 봄과 가을, 두 차례 찻잎을 채취하여 향미가 좋은 야생녹차와 발효차인 야생 황차 및 야생 홍차를 만든다. 금성산 야생차는 향기가 가볍고 맑고 청아하여 발효차를 만들기에 더욱 좋다. 금성명다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나 다도 체험자 들은 금성산 야생차의 향미에 감탄한다. 정작 여기에 살고 있는 시(市)나 시민(市民)들의 우리 고장에서 나는 이런 훌륭한 야생차에 대한 관심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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