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면서 다르지 않은 것

시민의 의식과 가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들의 힘을 모아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 입력 2013.07.01 10:40
  • 기자명 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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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면서 다르지 않은 것

요즘은 사무실에서 밖에만 쳐다봐도 숨이 막힌다. 후덥지근하다. 그래서 시원한 커피 한 잔 하자는 연락이 오면 참으로 반갑다. 생활협동조합 업무를 보다보니 여성 조합원들과 접촉이 많은 편이다. 이날도 나가보니 여성조합원 두 분이 앉아있다.

 

차분히 얘기를 듣고 있으니 중1학부모를 둔 두 분의 대화가 참 재밌다. ‘요즘 우리 애 반은 사고가 없어 다행이다’, ‘친구들이 연애를 하는데 일주일 사귀고 헤어진다더라’, ‘게임 때문에 미치겠다’, ‘영어학원은 어떠냐’는 둥 일상적 대화에서 결론은 학업으로 귀결됐다.

아직 학교 보낼 날이 창창히 남은 예비 학부모지만 아이들과 관련된 정보의 부재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에게는 두려움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학보모모임에 발을 들이고자 ‘참교육 학부모회’란 곳에 가끔 참여하고는 한다.

 

교육운동에 대한 시민단체의 역할을 하면서도 본인들이 가지는 교육철학에 맞춰 아이들과 체험도 같이 나서고 인문학 교실, 부모교육도 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집행부의 구성에 따라 때로는 사회운동에 때로는 교육활동에 무게를 두는 추의 이동은 있지만 이정도 해내는 조직은 나주에서 손에 꼽힌다.

나는 이들을 생활정치 하는 단체라고 평가한다. 임의적으로 나주의 시민사회를 굳이 나누자면 제도정치단체, 생활정치단체, 봉사단체, 이익단체로 나누고 싶다. 봉사단체와 이익단체는 설명이 필요없을 듯하다. 제도정치단체는 활동의 중심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고 권력을 얻어 제도를 바꾸는 것에 있다.

생활정치단체는 시민의 의식을 변화시켜 그 힘을 기반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에 더 큰 지향점이 있다.

때문에 생활정치단체는 오래전부터 연대, 비판적 지지의 개념을 활동에 접목시켰다. 정치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사안별로 단체의 목적과 부합하는 부분이 있으면 함께 손을 잡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역사회가 좁다보니 사안별 연대가 정해진 틀에서만 빈번하게 일어났고 제도정치단체와 생활정치단체의 선이 불분명해져버렸다. 이런 구조가 일반시민들에게 생활정치단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타나고는 했다.

그래서 지난주에 있었던 ‘곽노현 전 교육감 초청강연’을 주최한 민주노총,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의 연대를 주목해 본다. 또 농산물직거래장터에서 나주생협이 지역농산물을, 참교육학부모회가 중고 육아용품을 함께 판매했던 연대도 주목해 본다.

생활정치단체가 그들의 활동목적을 더 많은 시민들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같은 영역의 단체간 연대활동을 더욱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

니편내편 나누는 것이 일상화된 우리지역에서 생활정치 영역에 있는 단체들이 의도적으로라도 부문운동을 착실히 해야 한다. 시민의 의식과 가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들의 힘을 모아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첨언하자면 생활정치와 제도정치는 활동방식이 다른 것이지 추구하는 가치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르면서 다르지 않은 것이다. 글에 감히 올린 몇몇 단체에 양해를 구하며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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