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 허목의 도학정신 추모 서원

미천서원 전남도 기념물 제29호

  • 입력 2013.07.01 11:09
  • 기자명 김종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주 가볼만한 여행지(6) 

 

광활한 나주평야와 영산강이 굽이치는 곳 전남 나주. 예로부터 풍요의 땅이었던 나주는 2000년 동안 묵혀온 시간이란 녀석을 이곳저곳에 숨겨 놓은 채 가족 나들이객들에게 재미있는 여행길을 안내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기언 목판 전남도 유형문화재 제217호 지정

미천서원(나주시 안창동)은 영산포삼거리에서 구진포로 가는 길목에 있다. 동네의 이름은 ‘안창동’인데 지신당제를 지내는 당집이 있으며 당산나무도 네그루나 되는 유서깊은 동네이다. 350년된 거대한 느티나무 아래에 차를 세우고 미천서원으로 걸어 올라간다.

미천서원이란 조선시대에 큰 학자의 학문을 계승하고자 후학들이 스승을 모시고 공부를 하면서 돌아가신 스승에게 제사를 올린 곳으로 향교의 기능이 쇠퇴하면서 나타난 사설교육기관이다. 미천서원 사당에는 미수 허목, 채제공 선생의 모습을 그린 영정과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미천서원은 마을을 내려다보며 서 있는데 17세기 유학의 대가인 미수 허목의 도학정신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미천서원은 1690년에 호남유림의 상소로 영산강 미천(眉泉)위에 사우가 건립되어 사액서원이 되었다. 미수 허목(許穆, 1595∼1682)은 학자로서 연구·저술활동에만 전념하다가 60세가 넘어서야 벼슬에 올랐으나 당쟁으로 인해 사직했다가 다시 남인의 득세에 따라 우의정에 올랐다. 그러나 다시 파직당하고 고향에 돌아와 후진교육에 힘썼다.

 

미천서원 경내의 ‘미천’이라는 우물에는 그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미수가 어렸을 때 외가인 회진에 내려와 있었는데 마을민들이 우물이 없어 건너마을까지 물을 길러 다니면서도 우물을 팔 생각을 못하는 것이었다. 이에 미수는 “내가 일러주는 곳을 파보면 물이 나올 것이다”라 하여 그곳을 파니 물이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그후로 마을주민들은 물 때문에 더 이상 고생을 하지 않게 되어 미수에게 고마워하였다고 전한다.
허목은 그림과 글씨, 문장에 모두 뛰어났으며 글씨는 특히 전서에 뛰어나 동방 제1인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작품으로는 척주동해비와 영상이원익비문. 이성중표문이 있고, 그림으로는 묵죽도가 전하며. 저서로는 ‘동사’ ‘미수기언’ 등이 있다.

특히 미천서원 기인목판은 조선시대의 책판으로서 1999년 7월5일 전라남도유형문화재 제217호로 지정되었다. 조선 숙종 때 우의정을 지낸 미수 허목의 시문집 ‘기언(記言)’의 목판으로, 숙종의 명에 따라 1689년(숙종 15) 전남 나주 미천서원에서 간행된 초판본이다. 원래는 동·서재에 각각 나누어 보관했으나 ‘기언’ 책판이 워낙 장수가 많기 때문에 1920년 강당 왼쪽에 장판각(藏板閣)을 지어 옮겼다.

 

그러다가 1997년 강당 오른쪽에 새로 장판각을 지어 본집과 별집을 나누어 보관하고 있다. 양쪽 장판각은 각각 정면 3칸, 측면 1칸의 기와로 된 맞배지붕 건물이다. 1977년 1월 전라남도 기념물 제29호로 지정되었다.
‘기언’ 책판은 본집 499장, 별집 396장으로 모두 861판이 보관되어 있다. 책판의 크기는 가로 54㎝, 세로 25㎝이며 테두리는 네 모서리 모두 두 줄로 되어 있는 사주쌍변(四周雙邊)이다. 반곽의 크기는 가로 15.5㎝, 세로 21.5㎝이고 반면(半面)은 10행으로, 1행에 18자씩 새겨져 있다.

한편 장판각에는 기언목판과 함께 ‘완산이씨세고’ 34판도 함께 보관되어 있다. 또 1940년에 간행된 ‘미천서원실기’가 있으며, 총 10권 20책으로 주된 내용은 미천서원 창건에서부터 1·2차 훼철의 전개과정을 비롯해 서원중건사실, 미수문하생들의 활동상, 청액상소문, 선생안, 재임안, 유적 등이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보존상태가 좋고 결판이 없어 가치가 큰 이 책판은 미천서원에서 소유, 관리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