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장님은 농산물 판매원”

  • 입력 2013.09.16 11:03
  • 기자명 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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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는 참 좋은 농산물이 많다. 제일 유명한 배를 시작으로 메론, 한라봉, 미나리, 토마토, 참외, 잡곡, 쌀, 대봉감, 고추 등 특산물만 해도 넘쳐난다. 농사를 잘 지었으니 항상 잘 파는 것이 문제로 남는다. 잘 판다는 것은 좋은 가격을 받는 것이 포함된다. 좋은 가격을 받으려면 직거래만한 것도 없다.


하지만 시골에서 농사지으면서 직거래를 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는 않다. 한 번 수확하면 그 양이 많고 그것을

개개인에게 주문받고, 택배로 보내는 작업이 신경이 많이 쓰이기 때문에 번거롭다. 또 직거래를 위해 홍보를 하고자 한들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그래서 농민들은 직거래가 좋다는 것은 알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공판장으로 혹은 현지 수집상에게 농산물을 넘기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안타까워 나주 생협도 우리지역 농산물 직거래에 앞장서고 있지만 우리 못지않게 귀감이 되는 사례가 있어 이 글을 통해 알리려 한다.
얼마전 모 동장이 전남도청에서 나주로 왔다. 추석이 가까워지는 시점, 이 분이 지역의 농가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지역에서 나오는 농산물이 있으면 좀 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배하고 메론 정도를 알려드렸더니 그 샘플을 들고 전남도청 사무실을 일일이 방문하면서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주문도 꾀 받아 온 모양이다. 농가들의 소득에 도움을 준 것은 물론이요. 그 마음 씀이 너무 감사해 많이 알리고 싶다는 것이 지역농가들의 마음이다.


우리가 공무원 하면 부정적 선입견이 드는데,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시청에 찾아가고 관공서로 찾아갈 때 우리가 좋은 일로 가는 일이 별로 없다. 민원이 있으니까 가는 일이 많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마찰이 있다. 일이 그런 것이지 사람이 그런 것이 아닌 것이다.


나주생협도 최근 시청직원들과 좋은 일을 함께하고 있다. 생협이 농가들의 생산품목과 가격을 정리해서 판매목록을 만들어주면, 시청 농식품과에서 전 직원에게 이메일로 전파해준다. 그러면 직원들은 각자가 생협으로 주문서를 보내준다. 주문서를 집계해 각 농가에게 발주 후 집하해, 생협이 다시 시청직원에게 직배송 해준다.

같이 살아가고 지역 경제를 순환시켜주는 좋은 사례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제안을 시청에 했을 때 담당과장이 지역의 다른 관공서 특히 혁신도시 이전 공기업들로 확대해 가자고 역제안 한 것이다.


지역에 대한 공동체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우리지역 공직자들이다.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잘 모른다’고 하는 공직자들의 푸념을 우리가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이들이 좋은 곳에 돈을 쓸 수 있도록 자꾸 ‘꼬시자’. 그들이 원하는 것과 우리가 원하는 지점을 잘 찾아서 지역공동체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는 일에 사회경제 주체들이 힘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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