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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에도 푸른 생명력을 자랑하는 차나무
송영건  |  najunews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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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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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나무
지금 금성산을 오르면 낙타봉 능선을 따라 동서쪽으로 푸르게 펼쳐져 있는 야생차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모든 활엽수 들이 잎을 떨구고 잡초들마저 말라 퇴색한 숲속에 푸른빛 가득 에너지를 응집시켜
   
 
겨울을 나고 있는 야생차나무들을 마주하노라면 누구나 강인한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 차나무는 이렇게 사철 푸른 나무로써 눈이 내리는 12월 까지도 찔레를 닮은 소박한 흰 꽃을 피워 올려 벌들에게는 마지막 밀원이 되어준다.

초의선사(草衣禪師)는 그의 저서 “동다송(東茶頌)” 첫 머리에서 차나무의 생육에 대해 아래와 같은 아름다운 게송으로 노래하고 있다.
『후황가수배귤덕(后皇嘉樹配橘德) 수명불천생남국(受命不遷生南國)
밀엽투산관동청(密葉鬪霰貫冬靑) 소화탁상발추영(素花濯霜發秋榮)
하느님 아름다운 나무에 귤의 덕성 내리시니
받은 명 옮기지 않고 남쪽에서 사는 도다.
촘촘한 잎은 싸락눈과 싸워 겨우내 푸르고
서리에 씻긴 흰 꽃은 가을 영화로 피었네.』
이러한 차나무는 흔히 중국 소엽종과 운남 대엽종, 아쌤종과 샨종 이렇게 네 종류로 분류 한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차나무는 주로 중국 소엽종으로써 키가 2~3m이상 자라지 않는 관목이고 잎이 작고 밀생하며, 아쌤종이나 샨종에 비해 폴리페놀함량이 낮아 떫은맛이 덜하고 감칠맛을 더 많이 냄으로 녹차용으로 알맞다. 운남 대엽종은 교목으로 크게는 20m이상 자라며 주로 보이차의 모차로 사용하며, 샨종이나 아쌤종은 폴리페놀 함량이 많아 주로 홍차용 수종으로 생육된다.

◊ 우리 전통의 작설차(雀舌茶)
한겨울을 푸르게 버틴 차나무는 추운 겨울을 지낼수록 더 강하고 아름다운 향기를 피워 올린다. 비록 어린 눈이 손상을 받기도 해 산출량은 떨어지지만 그 만큼 짙은 향미로 보답하는 것이다.
곡우 무렵 올라오는 뾰족한 싹은 차나무의 정령인 듯하다. 자색빛을 띠고 싹터오는 그 모습이 마치 붉은 참새 혀를 닮았다 해서 우리 선조들은 그 잎을 작설(雀舌)이라 불렀다.

그리고 손으로 따 전통방식으로 덖어 만든 그 차를 작설차(雀舌茶)라 불렀다. 이러한 작설차는 찻잎을 우리고 나면 말렸던 찻잎이 풀어져 뾰족한 원형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그러나 기계로 채다하고 수증기로 쪄서 만드는 시중의 찐 차들은 녹차라고는 일컬어도 작설차라고 부르기엔 부적당 하다.

그것들의 잎은 부서져 뾰족한 작설의 원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 작설을 따와 가마솥에 넣고 아홉 번 덖고 아홉 번 말리는 구증구포(九蒸九曝)의 방식을 통해 차의 찬 성질을 중화시켜 속을 깍지 않는 깊고 부드러운 맛의 녹차를 만들어 마셨다. 이것이 우리 전통의 작설차이나 요즘은 고생스러운 구증구포를 피하고 두세 번 덖고 말린 후 열풍 건조시키는 것으로 마무리해버려 제대로 된 작설차를 만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선조들은 차에 또 하나의 멋진 이름을 붙이기도 했는데, 그것은 승설차(勝雪茶)이다. 한 겨울의 눈을 이기고 피어난 강인한 기운을 빗대어 지은 이름이다. 봄에 햇차를 우려 마셔보면 싱그럽고 청아한 향기와 감미로운 맛 뒤에 온 몸의 기맥을 뚫고 올라오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겨울을 이긴 어린 싹들이 뿜어내는 위로 솟구쳐 오르는 응집된 기운이다.

이렇게 솟구치는 강렬한 기운은 봄 차 에서만 느낄 수 있다. 만든지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성분들이 안정되면서 솟구치는 기운도 점차 가라앉는다.
해마다 새봄이 오면 필자는 그리운 연인을 마나러 가듯 가슴이 설레인다.
그리고 움터오는 차 싹 들을 보면서 환희심을 느낀다. 그 환희심으로 힘든 과정을 감내하며 한 달 동안 구증구포 덖음차를 만든다.

◊ 향미(香味)좋은 금성산 야생차
한편 우리 금성산에 자라는 야생차는 그 잎에 사과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생엽을 따 모아 향기를 맡아보면 굉장히 상큼한 풋사과향에 놀라게 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우리나라 어느 곳에 자라는 차나무 보다 차별화된 향기를 갖고 있고, 발효차를 만들기 위해 위조를 하게 되면 짙은 화과향(花果香)을 내뿜는다.
 
마치 오룡차로 유명한 중국 무이산의 암기종(巖奇種)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다. 맛은 아미노산 함량이 많아 감칠맛을 많이 낸다.
그래서 금성산 야생차엽을 발효시켜 만든 황차나 홍차는 향미가 좋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이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차품평대회에서 금성산 야생차로 만든 금황(錦黃)차가 금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창너머 찻집 정원에 굵은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고 있다. 황차를 뜨겁게 우려 흰 잔에 따르니 붉은 탕색이 눈 속에 핀 동백처럼 붉다. 향기 좋은 차와 좋은 벗이 있다면 이 겨울에 누리는 최고의 호사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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