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배우니 세상이 다시 보여요”

늦깎이 한글교실 졸업장 가슴에 품은 손영순 할머니

  • 입력 2013.12.26 09:08
  • 수정 2013.12.26 09:12
  • 기자명 김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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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노인복지관 어르신문화교실, 새로운 도전 제공

나주 문평 신옥마을회관은 한글을 배우려는 할머니들. 공책과 필기도구를 챙겨 온 9명의 할머니들은 한글 교사를

 
 
보자 금방 어린 학생처럼 조용해진다.
이 할머니들을 위해 나주시노인복지관(관장 양요섭)에서 어르신문화교실(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수업하기 전 집안 이야기, 손자 이야기를 하며 너스레를 떨다가도 막상 수업을 시작하면 한글을 외고, 공책에 연필을 꾹꾹 눌러 글자를 쓰는 이들의 모습은 초등학생들과 다를 바 없다.
매주 2회 거쳐 한글 수업을 받았으며, 이렇게 한글을 배운지 3년이 지났다. 이번 졸업식에 참여한 손영순(81, 문평 신옥마을)씨는 “한글을 배우고 나니 세상이 다시 보인다”고 웃으며 말했다. “배우니까 즐겁고 너무 좋아요.”
자기 이름도 쓸 줄도 모르고 평생을 살아온 손 할머니는 “3년 동안 배웠는데도 받침을 다 알지 못한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배우고 싶다”고 말하면서 공부에 대한 재미에 흠뻑 빠져 계셨다. 더 배우고 싶어 죽겠는데 졸업을 시켜서 안타깝다고 심경을 전했다. “애터져 죽겠어요! 한글을 다 깨우치지도 못했는데, 한글 선생님을 보내주면 좋겠어요.”

몇해 전에 남편과 사별하고 평생 자식도 없이 살아 온 그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해 몇 년전까지 한글을 배우지 못했다”며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다가 늦게나마 한글을 배울 수 있게 돼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을 알기 시작하면서 얼마나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는 지 모른다고 말하는 손 할머니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3년 동안 배운 한글교실이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한글을 가르쳐 준 교사와 노인복지관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9일 나주시노인복지관에서는 늦깍이 어르신들의 졸업식 및 학예발표회가 있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치러진 졸업식에서 20개 교육장 중 3개 교육장 25명의 학습참여 어르신이 졸업했다.
봄에는 입학식과 소풍, 감사편지 쓰기를 실시하고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은 방학을, 가을에는 강사연수와 체험수기 쓰기 등 가슴에 묻어두었던 학교 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진행된 졸업식은 3년간 학습한 교육장에 대해 실시하고 있으며, 졸업장을 수여함으로써 긴 과정을 마친 노력에 대해 보람을 느끼실 수 있도록 했다.
함께 진행된 학예발표회는 한해 동안의 결과물을 발표하고 전시함으로써 서로 격려하고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시낭송, 상황극, 합창, 편지글, 그림, 시화 등 다양한 작품들은 함께한 이들에게 큰 감동과 여운을 주었다.

현재 어르신문화교실은 시대적,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한글, 숫자 등 일상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250여 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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