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 입력 2014.02.10 12:23
  • 수정 2014.02.10 12:25
  • 기자명 박 상 하(고구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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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각오를 다진다. 덕담도 나누고 용기와 희망을 이야기 한다. 그래야만 우리 스스로에

 
 
게 위안을 주고 올 한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심리적 기대가 작용한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꿈을 꾸면서 보잘 것 없는 사물에도 설레이는 마음을 간직하는 여유로움은 아름답다.

얼마전 평소 존경하는 스승님 몇분을 모시고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다. 모두들 자기분야의 전문가로 성공한 분들이라 노후도 걱정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이제 연세가 많으셔서 적당한 소일거리도 없고 건강이 염려되었다. 과거 학창시절엔 만나뵙기도 힘들고 어려웠는데 식탁에 앉아계신 모습이 마치 이웃집 할아버지와 다를바 없어 기분이 묘해졌다.

그러나 순간 강의실에 온 듯 착각할 정도로 건네는 말은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이였다. 이 말은 서양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경구로 우리 생활에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우리들에게 앞으로 남아있는 인생을 잘 살아가라는 뜻인 것 같았다.

원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메멘토 모리의 유래는 로마 공화정 시절의 개선식에서 찾을 수 있다.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에게 허락되는 개선식은 로마인으로써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었다. 그래서 개선장군은 얼굴을 붉게 칠하고 네 마리의 백마가 이끄는 전차를 탄 ‘살아있는 신’이 된다. 그러나 전차 뒤에는 노예들이 같이 탑승하여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고 한다.

지금은 이겼지만 언젠가 당신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이런 경구는 오늘날 문학과 예술분야에 다양하게 접목되면서 인생을 겸손하게 살라는 뜻으로 다가온다. 지금 승리했다고 자만하지 말고 패배와 죽음을 대비하라는 것이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톤이 한참 올라가 있을 즈음 옆에 있는 다른 교수님은 어원을 곁들여 재미난 해석을 여러 가지로 해주셨다.

음식이 나오자 식사를 하려다말고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다시 이어졌다. 카르페 디엠은 ‘오늘을 즐겨라’라는 뜻이다. 기독교의 영향으로 다소 허무주의적 의미로도 쓰였지만 영화나 소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문구이다. 지금 여기에 충실하라는 의미로 ‘오늘을 잡아라’는 영어식 표현이다. 오늘을 잡는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고 충만하게 느끼라는 가르침이다. 인간은 유한하지만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세상을 번영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너뜨리기도 했다.

그래서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치열한 몸부림이다. 우리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의 삶이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상의 잡다한 일들, 번잡한 것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내일을 기대하고 희망을 품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나 막연한 기대와 희망만으로 오늘을 잡는다면 마음의 사치이며 지능적인 자기기만이 될 것이다.

음식이 식어서 다시 가져올 무렵에는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묘한 생각이 사라지고 다시 옛날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짧은 만남 긴 생각을 하게 해주신 스승님께 감사하면서 올 한해도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가슴에 새기고 왔다.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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