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으로 산다는 것

  • 입력 2014.03.10 10:52
  • 수정 2014.03.10 10:53
  • 기자명 박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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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가 아니면 잊고 산다. 더욱이 영화속에서 보여주는 상상속의 이

 
 
야기는 극장 밖을 나오면 현실 속에 희미해진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영화 속 장군봉은 아내를 혼자 떠나보낼 수 없어 화롯불에 불을 붙이고 문틈을 청테이프로 붙여 동반자살을 선택한다. 그리고 친구 김만석에게 아침에 찾아와 청테이프를 뜯어달라는 편지를 남긴다. 이것은 자식들에게 자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게 하려는 부모의 마지막 배려이다.

2012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무르(amour)”는 한국판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유사한 결말을 보여준다. 행복한 음악가 노부부는 아내인 안느가 병에 걸리면서 극적으로 바뀐다. 남편 조르주의 극진한 간호와 돌봄은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장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지친 조르주가 안느를 베게로 질식사시키고 자신도 자살을 선택한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이 죽음을 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악화, 경제적 곤란, 외로움, 상실감이라고 한다. 우리 주변의 노인을 보면 이제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음을 감지한다. 지금 노인의 문제는 아픔을 넘어 고통으로 다가온다. 가족들로부터 소외되고 멀어져가는 것처럼 비참한 것은 없을 것이다.
노인에게 과거의 영광은 하나의 장식품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바웃 슈미트”란 영화는 평생을 보험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노인의 외로움을 그리고 있다. 부인과 딸이 있지만 뇌졸중으로 아내를 잃게 된다. 아내의 소중함을 깨닫지만 가장 친한 친구와 아내가 바람이 났었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아내와 함께 친구까지 잃게 된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것은 하나뿐인 소중한 딸임을 깨닫지만 딸마저 그를 반기지 않는다. 이제 그는 마음 둘 사람이 남아있지 않다. 그길로 여행을 떠난 슈미트는 여행을 통해 아내와 친구를 용서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야론 질머맨 감독의 “마지막 4중주”는 세계적인 현악4중주단 ‘푸가’ 결성 25주년 기념 공연을 앞두고 벌어진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첼리스트 피터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면서 네명의 단원들은 스승과 제자, 부부, 옛 연인, 친구로 25년간 숨기고 살아온 억눌린 감정들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피터는 자신의 마지막 무대가 기념 공연에서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한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을 연주할 것을 제안한다. 왜 14번을 선택했을까 하는 것이 관객에게 던지는 인생의 메시지이다.

원래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은 베토벤이 죽기 전에 만든 총 7악장으로 구성된 작품이라고 한다. 이는 일곱 악장이 모두 연결돼 있어서 쉬지 않고 한 번에 연주하도록 되어 있는데 모두 연주하려면 4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보통 이렇게 쉬지 않고 오래 연주하게 되면 각 악기들의 음들이 서로 어긋나게 되어 좋은 화음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베토벤의 14번은 불협화음이 있더라도 끝까지 쉬지 않고 연주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것은 아마도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와도 같은 교훈일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한다면 좋은 화음은 낼 수 없다는 것일 것이다. 이 땅에서 노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베토벤의 14번을 연주하는 것처럼 쉽지 않다. 가난과 외로움 그리고 병마와도 친하게 지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제는 노인을 보살피는 국가의 복지 정책도 보다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다듬어져야 함과 동시에 노인 스스로의 준비와 학습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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