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불평등

  • 입력 2014.06.23 13:05
  • 수정 2014.06.23 13:07
  • 기자명 박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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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하 고구려대 교수
▲ 박상하 고구려대 교수
“마르크스 2.0”. 지난 5월 19일자 미국 타임지가 뽑은 제목이다.
토마 피케티라는 프랑스의 젊은 경제학자를 빗대어 쓴 표현인데 지금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왜 그렇게 관심을 불러왔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연일 신문에서 논평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어 번역판이 출판되지도 않은 책이 세간의 폭풍을 일으키며 보수와 진보의 논쟁이 갈린다. 그가 쓴 책 제목이 “21세기 자본론”이란 이유도 있지만 잊혀진 마르크스의 귀환을 떠올리면서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향해 소리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요지는 간단하다. 굳이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활경제이다.
한마디로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으로 버는 소득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자본주의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불평등의 상황을 초래할 것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와 능력중시의 가치를 송두리째 흔들어 버릴 것이라고 말한다.

핵심 키워드는 불평등이다. 분석 결과 1700년 이후 지금까지 경제성장률은 언제나 자본 수익률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보수 기득권층과 반대론자들은 통계상 오류를 지적하며 이론상 과대 포장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소수의 상속 엘리트들이 물려받은 부에 의해 지배되는 신빅토리아식 계급사회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피케티는 이를 세습자본주의(patrimonial capitalism)로 명명한다.
세습자본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 소득 상위 1%에 최고 80%의 소득세를 물리고, 세계 각국이 공조해 부자들의 자산을 찾아내어 글로벌 누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건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자본주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서 피케피혁명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속 시원한 주장일 것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고착화되는 소득양극화는 더이상 1%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점령하라”의 구호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자본주의의 모순 때문에 자본 수익률이 0에 가까워진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 반대라고 말한다.
마르크스의 기본 전제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19세기 자본론과는 다르다. 피케티는 자본으로부터 얻는 소득은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보다 균등하게 분배되지 못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의 붕괴를 주장한 마르크스처럼 급진적이지도 않다.
또한 자본주의의 정통 경제이론인 ‘쿠즈네츠 가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최근 200~300년 동안 진행된 자본주의의 발전과정을 분석하여 불평등이 고착화되고 심화되었다는 것을 통계자료로 입증하고 있다.

그동안 자본주의는 부의 세습과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라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보여주었기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아마존에서 딱딱한 경제학 도서가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이유이기도 하다. 부자들은 항변한다. 능력껏 돈을 벌어 국가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기는 커녕 오히려 번 돈을 뺏어가려는 강탈이라고 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자본주의 제도와 시스템 그리고 사회적 합의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이 책은 프랑스의 인권선언 제1조를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나 살아가며 동등한 권리를 누린다.

이 다음 문장이 하나 더 있다. 사회적 차별은 오직 공공선에 기초할 때만 가능하다. 사회적 차별이 과연 공공선이라는 차원에서 용인될 만한 수준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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