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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여유 그리고 커피한잔은빛 바리스타로 제 2의 인생을 연 황을선 씨
이신재  |  jae7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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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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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우정사업본부 1층. 들어서자마자 은은한 커피향이 가득 하다.
카페테리아. 시내 여느 카페와 비교해 분위기가 사뭇 다른 이곳에 나이 지긋해 보이는 아주머니 두 분 이서 쉴 틈도 없이 분주히 움직인다.
주름진 이마 사이로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힘들 법도 한데 시종일 관 무척이나 신이 난 듯 즐겁게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는다. 덕분인지 주문하는 손님들 입가에도 미소가 가득하다.
이렇듯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날마다 해피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람이 있으니, 은빛 바리스타 바로 황을선(65)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작년 3월 광주 국제 학원 에서 5개월 과정의 정규 바리스타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했 다.
“자식들 시집·장가보내고 나서 한동안‘ 이제 뭐하고 사나’ 생각뿐 이었어요. 나이도 들고 허리도 아프고 괜시리 울적해지더군요. 이 나이 먹으면 다들 이런 생각이 들거예요. 근데 어느 날 TV에서 보니까 노인 들이 커피를 타고 서빙도 하는 실버 카페가 유행이더라고. 바로 저거다! 싶었지요.”
그 날 이후, 평범한 주부였던 그 녀는 제 2의 인생을 여는 바리스타로써의 도전을 시작했다. 광주까지 긴 시간 먼 거리를 왕복하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업에 출석하며 열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우리말이 아닌 대부분이 영어로 표기된 생소한 커 피 용어를 숙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고.

“이를 악물고 했지요. 아마 수강생들 중에는 제가 나이가 제일 많았 을 거예요. 나이가 대수인가요. 하 고자하는 의지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이 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잖아요. ”
긴 노력 끝에 합격의 기쁨을 누리 던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 다’ 는 격언처럼 마침 나주시청과 연계해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을 추진하던 시니 어 클럽을 통해 우정사업정보센터 카페에서 바리스타로써 첫 발걸음 을 내딛게 된 것이다.

일을 시작한지 3개월이 채 안됐지만 그녀는 어느새 이곳을 대표하는 바리스타다. 벌써부터 단골들이 생겨나, ‘여사님이 커피 타주세요.‘ 라며 지목하여 주문하는 경우가 생겨날 정도이다.
또한 그녀는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의 커피 스승이기도 하다. 유일하게 바리스타 자격증을 소지한 이유 도 있거니와 무엇보다도 늘 웃는 얼굴로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밝은 태도와 겸손함 그리고 그에 걸 맞는 그녀의 실력은 카페 일을 처음 접하는 또래 직원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덕분에 카페 분위기는 더욱 더 화기애애하다.

“저도 처음에는 힘들고, 출퇴근 하면서 운전도 해야 해서 허리 통증 도 심했어요. 근데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일에 재미가 붙고, 저보다 젊은 손님들과 대화도 나누면서 그 분들에게 기를 받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직원들과 즐겁게 일하다 보니까 어느새 전보다 훨씬 건강해 진 느낌이에요. ”
“이 나이에 어디서 일하라고 불러 주는 데가 있겠어요. 늘 즐겁게 웃으며 일하다 보면 하루가 너무 짧게 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오히려 한 가할 때면 심심할 정도니까요. 이런 기회가 생긴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한 마음이지요. 다른 욕심은 없어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면 없던 욕심도 불만도 불평도 생기는 법이거든요. 저는 바리스타를 통해 서 비로소 나이에 묻힌 채 잊고 살았던 제 본 모습을 찾게 된 것 같아 너무 즐겁고 기쁘답니다.”

   
 
흐르는 세월 속에 잊고 살았던 자 신의 본 모습을 찾게 돼 정말 즐겁다는 을선씨를 바라보고 있자니 삶 은 도전의 연속이라는 말이 머리에 스쳤다.
몸이 허락하는 그 날 까지, ‘이제 그만 나오쇼’ 할 때 까지 일을 하겠다는 그녀의 끊임없는 열정에 박수
와 존경을 보낸다.
아마도 그녀가 살아온 세월의 깊이가 커피 한 잔 한 잔에 담겨, 그윽한 커피 향의 깊이를 더해주는 것은 아닐까...
OECD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 라는 불명예스러운 내용의 현수막 이 길거리에 나부끼는 오늘 날, 그녀 의 도전이 더욱 더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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