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을 수확하는 정가네 농장

꽃다운 농촌 여성 정선화 씨

  • 입력 2014.09.15 09:16
  • 수정 2014.09.15 09:20
  • 기자명 이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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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도착한 공산면 백사리. ‘정가네 농장’은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 전형적인 농촌 마을 어귀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 곳에 33살의 꽃다운 나이로 부모님을 도우며 3대째 가업을 이어받아 구슬땀을 흘리는 한 여성이 있으니, 정선화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먼저 정가네 농장에서는 27가지에 이르는 순수 국내산 잡곡을 직접 재배 또는, 마을에서 공급받아 농장 자체 가공과정을 거친 엄선된 상품을 전국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직거래와 더불어 특별히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온라인 거래를 겸해 운영 중이다.

사실 선화씨는 농장 일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지역 사회 복지를 실천하는 사회복지사였다.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녀는 동신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이웃을 사랑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가며 살아가겠다는 일념하나로 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때는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관내에 있는 복지시설은 다 찾아다녔던 것 같아요. 장애인복지관, 노인시설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봉사활동을 했어요. 그때만 해도 지금보다 더 젊었으니까 무조건 몸으로 실천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던 거죠. 그런데.”

“하다보니까 뭐랄까요. 한계가 보였어요. 어느 날은 그 분들을 위해 따듯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주머니를 다 털다 보니 막상 이동하는 경비조차 없더라구요. 금전적 한계가 생긴거에요. 그때 느꼈죠 ‘아 복지에도 돈이 필요 하겠구나’”

하지만 그녀는 ‘돈 욕심을 바라고 농장 일에 뛰어든 것은 절대 아니다’며 말을 이었다. 열정적인 사회 복지사로서 앞 뒤 앞가리고, 무작정 열심히 활동하던 그 시절, 집에 들어오던 어느 날 부모님의 뒷모습을 바라본 뒤부터였다.

“철이 든다고 하지요.(웃음) 평생을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불평 한마디 없이 농사일을 해 오셨던 부모님께 문득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 느낌 있잖아요. 어릴 땐 정말 커 보였던 부모님이 어느 날 부턴가 어깨가 축 쳐져있는 모습을 바라볼 때 가슴 찡해지는...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봉사와 더불어 가족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로부터 그녀는 작심하고 작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하는 일에 비해 비교적 소득이 변변찮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정가네 농장은 그녀로 인해 점차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먼저 그녀는 농장에서 판매하는 27여종의 잡곡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틈나는 대로 각각의 잡곡이 갖는 특성과 몸에 이로운 효능을 관련서적과, 인터넷 자료를 통해 숙지해 나갔다.

 
 

또한 정가네 농장 홈페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상품문의와 불편사항에 대해 늘 고객의 입장에 서서 성심껏 답변했다. 때로는 배송과 상품에 대한 소비자 개개인의 불만 섞인 전화가 오기도 했지만, 내 이웃이라 생각하며 친절히 응대해갔다.

그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기 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공부를 통해 쌓은 잡곡에 대한 지식은 고객 각자의 건강관리에 유용한 잡곡을 구매하도록 하는 맞춤형 소비자를 양산해냈고, 몸에 배인 친절함과 배려는 고객들로 하여금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신뢰를 쌓아 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요즘 들어 너무 친절해서 고맙고, 다음에 꼭 재구매하시겠다는 고객 분들이 많아요. 이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바로 이럴 때에요. 처음에는 저도 항의전화가 올 때, 너무 얼떨떨하고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못할 때도 있었지요.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서 생각하고 거기에 익숙해지다 보니 제 스스로 일을 하는데 있어 성숙해지는 것 같네요.”

한편 그녀는 아직 미혼이다. 올해 나이 서른 셋. 요즘 시대에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애매한 나이지만 조심스레 결혼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아직 결혼에 대해 관심은 없어요.(웃음) 그보다도 아직은 제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요. 농장도 운영해야하고, 나아가서는 선교나 독거노인 후원도 할 생각이니까요.”

결혼 단어가 언급되자마자 손사래를 쳐가며 얼굴이 붉어지는 선화씨는 때 묻지 않은 순박한 시골 소녀를 떠올리게 했다.

그녀의 꿈은 시골에 사는 독거노인과 몸이 불편한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의 단체와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라 했다. 봉사 활동을 하며 ‘복지에 돈이 필요하겠구나.’ 라고 들었던 생각은 바로 이런 점에서 나온 것이라 설명했다.

단지 돈에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녀는 ‘독식이 아닌 더불어서 함께 나누는 사는 사회’를 구현하고 싶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바람 잘 날 없이 지역이기주의가 남발하며 어둑한 지역 사회에 그녀의 아름다운 행보가 한줄기 빛이 되길 기대해본다.

어쩌면 정가네 농장은 그녀가 꿈꾸는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첫 시작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신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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