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진상규명은 사람의 도리다

  • 입력 2014.09.17 08:58
  • 수정 2014.09.17 09:00
  • 기자명 김병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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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팔월 추석 둥근달은 내 집 뉘 집, 내 땅 네 땅, 농촌과 도시, 남한과 북한을 무론하고 휘영청 떠오를 것이다. ‘일년 중 한가위만 같아라.....’ 읊어댈만큼 기후 좋고, 오곡백과가 여물어 가는 풍성한 절기이다.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이토록 즐겁고 기다려지는 명절에, 슬픔과 고통에 싸인 잠긴 우리의 이웃이 있다. 바로 지난 4월 16일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침몰한 세월호에 승선했던 단원고 수학여행단 학생들을 비롯한 승객 중 304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들의 가족인 것이다.

올 추석 인심은 덕담 건내기도 힘든 형편이 되었다. 대자연의 섭리는 올해도 여전하여 풍성한 결실과 수확을 보장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은 온 나라의 안전과 구조시스템이 먹통이 된 사건이었다. 폭풍우가 몰아치지도 않았고, 거센 파도가 일지도 않았던 고요한 아침에 급작스런 침몰이 소위 ‘골든 타임’이라 불리우는 두 시간 안에 벌어졌던 것이다.

정부기관의 발표를 추슬러 보면, 사고의 원인은 화물과적, 화물 고박불량, 급변침으로 인한 운항미숙이라는 것이었다. 세월호는 이보다 더 과적한 상태에서도 인천-제주항을 139회나 운항했다. 그러나 배에 남아있는 승객을 외면한 채 탈출한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의 탈출영상과 그들의 법정증언을 볼 때, 인륜도덕으로나 해난구조 상식에 맞지 않는 점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구명정을 짊어진 채 바다로 뛰어들기만 하면 살 수 있었다’는 것이 당시 해역에 있던 어선들이나 민간 잠수사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왜 침몰하기 전까지 ‘학생들은 배안에서 나오지 말라. 곧 구조하러 간다’고 거짓방송을 해댔던 것일까? 자의적 판단인가, 누군가의 지시명령에 의한 것인가? 꼭 밝혀야 한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46일간 단식을 했던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는 대통령에게 무엇보다도 이것을 묻고 싶었다고 한다. ‘당시 해군해난 구조대(SSU)나 특수부대(UDT) 민간잠수사들이 사고해역에 모여들었지만, 해경이 통제해서 구조 작업을 하지 못했다. 구조장비도 없는 해경이 다른 잠수사들의 구조 작업마저 막고 있는 셈이었다. 구조지휘체계의 완전한 혼선이었다.

그래서 대통령이 나서서 그 혼선을 바로 잡고, 가능한 모든 인력, 장비를 동원하여 구조에 나서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내 자식이 사고원인도 밝혀지지 않는 죽음을 당했는데, 부모된 도리로 죽음의 경위나 원인도 밝히지 못한 채 그대로 보내겠는가? 우리 사회는 유족들의 ‘진상규명’ ‘세월호 특별법’요구에 대해 극명하게 이분화되어 있다.

대통령은 사고책임이 결국 대통령이라고 하더니,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지난번(세월호 참사)에도 빨리 갑판에 올라가란 말 한마디만 했으면 많은 인명이 구조될 수 있었는데 그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면서 106일만 입을 열어 ‘선장책임론’을 꺼내든 모양새이다. 유족들의 면담요청에도, 청와대 앞 농성에도 꿈쩍도 않고 있다.

종편에서는 ‘세월호 때문에 소비심리가 죽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당과 대통령이 들이내민 프레임은 ‘세월호 대 민생’이다. 말로는 민생이고 위기에 처하면 민생을 달고 산다. 그렇다면 ‘부자감세 철회’나 ‘최저 생계비 인상’에는 왜 그렇게도 인색한가 묻고 싶다.

‘민생법안’이라는 것들을 분석해보면 내용상으로는 ‘숙박과 도박’ ‘삽질과 공구리’이고, 또 다른 부자감세와 가계부채를 증대시킨다는 비판이 있다.
‘해원상생(解寃相生)’이란 말이 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원과 한을 풀어야 한다.

그리고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하고, 서로 상생화합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대통령과 정부의 도리는 불의와 범죄를 밝혀서 이 사회에 법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세월호 진상규명에 성역을 둬서는 안 된다. 대통령도 청와대도, 국정원도 관련이 되었으면 법에 의해 의당히 조사를 받아야 법의 권위가 서고 정의가 흐르게 될 것이다. 이것을 수락하는 것이 대통령의 도리이다.
성경에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람의 도리’에 대해서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 사람아, 야훼께서 무엇을 좋아하시는지, 무엇을 원하시는지 들어서 알지 않느냐?
정의를 실천하는 일, 기꺼이 은덕에 보답하는 일, 조심스레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일,
그 일밖에 무엇이 더 있겠느냐? 그의 이름을 어려워하는 자에게 앞길이 열린다’(미가서6:8)
대통령도 정치인들도 시민들도 자신의 도리를 다하려고 애쓰는 신뢰받는 사회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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