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노력이 큰 희망으로 행복한 나주를 위해

주민복지과 의료급여관리사 김영미 씨

  • 입력 2014.09.28 18:10
  • 수정 2014.09.28 18:14
  • 기자명 이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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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노력 하나로 그 분들에게 희망을 주고,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보다 좋은일들이 더 있겠어요.”
유난히도 푸른 하늘 아래,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던 어느 날, 시청 주민복지과 장애인팀에서 근무하는 김영미(48)씨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의 직업은 의료급여관리사. 다소 생소한 직명이라 무슨 일을 하는 지 조심스레 물었다.

 
 
의료급여관리사는 지역의 의료급여 환자들의 의료기관 과다 이용으로 인한 약물 오남용과 무분별한 의약품 쇼핑, 불필요한 장기입원, 의료급여비용 증가 등을 예방, 관리하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새롭게 도입된 직업으로 간호사 면허증 소지자에 한해 일정 기간 동안 병,의원에 근무경력을 가진 인력을 의료급여사로 배치해 주로 의료급여 대상자로 하여금 올바른 의료기간 이용법을 상담해주는 제도이다.

“쉽게 말하자면, 의료급여환자들의 다양한 복지 욕구를 올바르고도 최대한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절해주는 복지와 의료의 중간자 역할을 하는 거예요. 사실 농촌에 거주하는 의료급여환자들이 누릴 수 있는 정말 유익한 보건, 복지제도가 많은데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잘 몰라서 이러한 혜택들을 못 받으시는 분들이 태반이거든요. 물론 이러한 복지를 무분별하게 잘못 악용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요.”

현재 나주시에는 약 6천명의 의료급여혜택을 받는 환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300명가량의 환자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의료기관을 과다 이용, 불필요한 장기 입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녀는 상습적으로 의약품을 병원 곳곳에서 쇼핑 하다시피 조제 받는 환자들은 1년을, 불필요한 장기입원 환자들은 6개월의 시간을 정해 상담, 관리하고 있다.

한편 그녀의 영역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참 대화를 나누던 그때 문득 생각이 난 듯,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을 하고 있던 한 60대 노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병실 안에 이삿짐처럼 짐이 한 무더기 쌓여있던 어르신이었어요. 가정 없이, 오갈 곳 하나 없이 생계가 힘들어 떠돌이 생활을 하시다 결국 요양병원에 오신 거예요. 여기서는 그나마 기본적인 숙식은 해결이 되니까요. 입원일수가 길어지다 보니 제가 찾아갔었죠. 당뇨가 있긴 하셨지만, 장기입원의 사유가 되는 치매나 기타 심각한 질환들은 없었어요. 퇴원을 시켜야하는데.. 갈 곳이 없으시다 하니 참 마음이 아팠죠.. 그리고 결심했어요. 이분을 돕겠다고.”

그 날 이후 그녀의 발걸음은 분주해졌다. 우선적으로 머물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그리고 때마침 아는 지인에게서 아직 쓸 만한 빈 집이 있다는 연락이 왔다.

“맨 땅에 헤딩이었어요. 슈퍼에 식당에, 혹시나 도움을 줄까하는 생각에 안 가본 곳이 없네요. 다행히 지인이 싼 가격에 월세를 내준다 해서 가봤더니, 마당에는 풀이 무성했고 정말 빈 집이더군요.(웃음)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내겠더군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걸까?’ ‘그녀의 따듯한 마음씨에 감명을 받았을까?’ 직접 섭외하러 다녔던 자원봉사자들을 함께 그녀의 인맥이 닿아있던 여러 모임에서 도움의 손길을 건네기 시작했다. 마당에 풀은 베어지고, 생활에 꼭 필요한 재활용 된 중고 가전기구들이 속속 전달됐다.

“우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돕고 싶었어요. 낯선 환경에서 지역정서에 맞게 적응하실 수 있도록 말이죠. 퇴원 후에는 전입신고도 함께 하구요. 밑반찬도 해서 드리기도 했죠. 지금은 행복하게 아주 잘 지내고 계십니다. 요즘도 너무 고맙다며 전화도 자주와요. 그때가 이 일을 하면서 정말 보람 있던 기억으로 남아있네요.”

“지역 곳곳에는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너무나 많아요. 제 자랑처럼 들리겠지만 어릴 때부터 베푸는 걸 좋아했어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베풀 다 보면 기분이 참 좋더라구요. 어쩌면 지금 직업도 제가 찾아서가 아니라 운명처럼 다가온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꼭 가진 게 많아야, 또는 완벽해야 남을 도울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사소해 보일지도 모르는 제 작은 노력이 그 분들에게 크나큰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더 있겠어요.”
그녀는 이러한 활동들이 외부적으로 알려지는 것이 ‘나 좀 알아 달라’ 식으로 전달되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녀의 직업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도 드러내보였다.

“의료급여관리사는 비정규직 공무원이에요. 저는 오랜 시간 일을 하게 되다보니 무기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함께 일하는 하나뿐인 동료는 비정규 계약직이랍니다. 2년마다 교체해야하는 근무 여건과 간호면허를 소지해야하는 직업의 특성상 직원 채용이 쉽지 않고, 일하면서 힘든 점도 많이 있어요. 하지만 2003년 초기 때보다는 점점 근무환경이 좋아지는 추세라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해야지요.(웃음) 보다 행복한 나주시를 위해서 말이죠.”

긍정적인 영미 씨는 시종일관 밝았다. 그리고 따듯했다.
그녀가 가진 따듯하고 풍성한 마음이 우리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기에, 선선하게 부는 가을바람 뒤, 불어올 차갑고 매서운 겨울바람도 훈훈하게 느껴질 것 같은 오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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