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정치

  • 입력 2014.11.03 10:59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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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시대, 원로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민중들의 민심이반이 극심해졌을 때 당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던 장군 ‘술라’는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하고, 국정기능을 정상화시켰다. 그는 집정관을 선출하고, 원로원도 정상화시키며, 민심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사퇴했다.

하지만 술라의 바람과 달리 로마는 또 다시 내홍에 휩싸이고, 이후 카이사르가 내전을 거쳐 로마를 다시 정상화시킨다.

카이사르는 곧바로 사퇴했던 술라와 달리 국정을 정상화시킨 이후에도 독재관에 취임해 로마국정을 이끌어간다. 이후 로마는 카이사르가 그린 청사진에 따라 1000년 제국의 명성을 만들어낸다.
그런 카이사르가 당시에 한 말이 바로 “술라는 정치를 몰랐다”였다.

카이사르가 생각하는 정치는 명분이나 정의보다는 철저한 현실 그 자체였다.

요즘 나주지역 최대의 화두는 강인규 시장의 측근들 이야기다.
때로는 점령군으로 때로는 시정개입으로 때로는 완장으로 불리며, 여론의 질타 아닌 질타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분명 부정적 이미지까지 덧 씌워져 있다.

하지만 나주신문은 측근들의 의한 부정적인 시각보다 공직자의 관료화를 우려하는 칼럼을 썼다. 강인규 시장을 지탱해주는 외부측근들의 공백이 되려 공무원의 관료화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관점이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강인규 시장을 정점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예사롭지 않은 헤게모니 투쟁이 연상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권이 자리잡기 시작하는 시점인 만큼 누가 또는 어떤 세력이 주도권을 잡을 것인지 일명 물밑 암투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최근 기류로 봤을 때 헤게모니 투쟁의 승자는 공직사회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인규 시장을 정점으로 주위에 포진된 측근들의 조건을 봤을 때 공직자가 무엇보다 유리하다.
실무능력을 비롯해, 집행능력까지 갖춘 데다 20년 넘게 해온 직업이 행정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반적인 주도권을 공직자가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외곽에 포진한 측근들은 공무원들이 소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실제 할 일이 별로 없다,
내용도 모르거니와 시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활상으로 접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실은 그렇게 냉정하다.

외곽에 있는 측근들은 공무원들이 제대로 정보를 주지 않으면 강 시장을 보필할 수 있는 내용이 별로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
측근정치의 부정적 측면을 논외로 하고, 강시장이 측근정치를 제대로 했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측근정치의 핵심은 바로 견제와 균형이다.

두 세력이 때로 견제하고, 경쟁하며, 필요에 따라 협조하는 건강한 긴장관계가 형성될 때 강인규 시장의 측근정치는 성공하지 않을까?

단지 측근정치라는 부정적 의미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엄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정치공학이라면, 측근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운영할 것인지는 정치인의 숙명이다.

측근들 역시 점령군이 아닌 강인규 시장체제가 시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성공한 정권이 되도록 물심양면 도우미로, 손과 발 그리고 귀로 자신들의 역할을 다 해야 하지 않을까?
“뽑아줬으니 이제부터는 알아서 잘하시라”는 말은 정치를 모르는 분들의 순진한 이야기다.

고대 로마의 두 장군이었던 술라와 카이사르의 정치를 되돌아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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