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박람회장을 가다

  • 입력 2014.11.04 14:20
  • 기자명 김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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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땅에 거주하며 농업박람회가 매년 나주에서 열린다는 도로 변 현수막을 몇 번 본적이 있다. 작년에 어린이집 야외활동으로 농업 박람회 견학을 간다하여 아들 녀석을 보냈던 적이 있긴 하지만, 10월은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행사에 사활을 걸고 여기저기서 많이 열리다 보니, 그저 그런 행사 중 하나려니 생각하고 있어, 굳이 관심 두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인연이 되어 나주혁신도시로 이사온 지 어느새 두어 달, 그래도 내가 사는 나주에서 하는 행사이고, 이 지역을 탐방해야겠다는 애향심(?)에서 비롯된 것이였을까? 7살 난 아들을 데리고, 어린이집을 가던 중 산포 방향으로 차머리를 돌렸다.

늦은 가을 날씨지만 옷깃을 약간 여미는 정도의 선선한 날이었다. 10분여 걸려 박람회장 근처에 도착하니 안내를 위해 젊은 주차 요원들이 길가에 상주하고 있었고, 평일(수요일)이라 그런지 주차하기엔 비교적 수월했다. 본 행사장으로 가는 거리가 도보로 10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여 아이와 함께 무난하게 걸을 수 있었다. 적절한 도보거리는 한국아빠의 힘을 덜어주는 관람의 필수 요소라 생각된다.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들이 길거리를 따라 비교적 잘 정돈되어 있고, 해병대 전우회와 경찰들을 비롯한 안내요원들이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안전사고에 대비하여 친절히 안내 해줌에 따라 행사장 입구까지 쉽게 도달할 수 있었다.

박람회장은 시계반대방향으로 총 10개의 테마관이 구성되어 있다. 그 첫 번째 코스는 아열대 식물원이다.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었으나, 아열대 식물을 비롯해 나름 볼만한 볼거리를 다양하게 구성해놓고 있어, 마치 제주도 여미지 식물원을 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재미없다며 인상을 찌푸리던 어린 아들도 이내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며, 놀이동산에 온 것 마냥 즐거워했다.

출구 바로 옆, 자판기에서 캔 커피와 초코음료를 구입하고, 주차장 너머로 보이는 황금빛으로 물든 평야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티 타임을 가졌다.
이어, 2관 농업예술관으로 들어갔다. 과수나 채소 및 화훼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중에 검은 빛깔의 고추가 가장 눈에 띄어 금세 사진을 찍어 지인들에게 보냈다. ‘세상에 고정된 것은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색 대나무인 ‘오죽’과, 극락조(새)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게 생긴 화초(극락초)를 보면서 자연의 신비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느꼈다. 사실 이런 것들은 생전 처음 보는 것이라 그 신비스러움은 배를 더했다.
주위를 살피니, 타 지역에서 관광차 오신 어르신들, 유모차를 대여해 아기와 함께 관람하는 가족들, 젊은 연인들, 중,고등학생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많은 관광객이 평일임에도 불구 행사장에 방문해 활기찬 분위기를 조성했다.

전체적으로 박람회장이 동선이 편한 원형형태로 되어있고, 대낮 내리쬐는 햇빛에 영향을 받지 않게끔 실내 관람관을 조성함으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관광객들로 하여금 이번 행사가 큰 호응을 불러 일으키지 않았나 싶다.

찌르레기 우는 소리로 어릴 적 추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했던 3관 곤충산업관은 아이들이 특히나 좋아했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메뚜기들이 전시돼 있어 아들에게 농작물과 해충의 관계에 대해 보충 설명해줬다. 또, 손으로 누에를 직접 만져봄으로써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선사했다.
이어 4관 농업기술관에 들어서니 해남에서 온 엄청난 크기의 호박이 관람객들을 반겼다.

농업 홍보관은 농업기술 시범사업 우수사례를 각 시,군마다 전시하고 있었다. 이어 농업의 공익성 및 생명산업의 중요성을 전시해 보여주는 생명농업관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유전자변형식물(GMO)의 폐해에 대한 전시물이었다. 전에 관련 책자를 읽어본 적은 있었지만 이곳에서 다시 한번 유심히 읽었다. GMO의 구체적 연구사례로 1999년 미국 퍼듀대학 실험결과 “GM유전자가 조작된 물고기 한 마리가 40세대 내에 물고기 무리 전체를 전멸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모의실험 결과 발표”는 GMO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줬고, 로컬푸드(지역생산먹거리)의 중요성을 새삼스레 각인시켜 주었다.

중간정도 돌고나니, 허기진 배를 채우러, 본관 뒤에 지역민들이 특별히 운영하는 향토음식판매장을 찾았다. 아들은 돈까스를, 나는 곰탕을 주문했다. 떄마침 타지에서 견학 온 고등학생들이 우리 지역 음식을 ‘맛있다’는 말을 연거푸 해가며 먹는 모습을 바라 보고 있으려니, 같은 지역시민으로써 우리 맛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계단을 걸어 올라간 12관 농업미래관에서는, 원형극장 형태로 영상을 관람할 수 있게 해놓았다. 아울러 ICT융복합 자동화기술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쉽게는 “최근 인구증가,도시화,이상기후 등 악화되는 농업환경과 식량부족의 위기 속에 식물공장이 미래 식량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있다”

즉, 주변환경이 더 악화된다면 미래에 식물을 재배하는 식물공장과 그곳에서의 재배기술, 즉 인공빛 LED의 활용과 자동화기술 전반에 대한 미래상을 볼 수 있었다. 정말로, 우리의 먹는 문제는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모두 자신의 관심사대로 관람을 하지만, 특히 12관 농업미래관은 개인적으로 많은 가르침을 얻은 곳이었다. 근래에 보기 드문 매우 유익한 행사였다.

이어 녹색축산관에는 축산물 가공제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농산업관은 신종농기계가 전시되어 있어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흔히 농업박람회라 하여, 그저 그런 작은 행사중의 하나려니 큰 기대를 안했었는데, 질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았던 것 같다. ‘생명’에 대한 인식을 다시 재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더욱 더 뜻깊다. 특히 내년에 국제농업박람회로 확대 운영이 된다 하니 기대가 크다.

나주농업박람회 개최를 위해 노력해주신 시 관계자들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 및 소방관계자, 해병대전우회, 지역주민의 적극적 참여와 아낌없는 봉사 정신에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빛가람동 김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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