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손이 한 일은 왼 손도 꼭 알아야 한다

  • 입력 2015.01.05 11:24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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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나주신문은 아주 뜻 깊은 경험을 했다.
당초 계획은 따뜻한 겨울나기라는 취지로 우리 주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에게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연탄을 전달하자는 것이었다.

추운 겨울을 맞아 지역사회의 온정이 느껴지는 훈훈한 미담을 발굴, 전달하는데 머물 것이 아니라 아예 미담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주변에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수소문했다.

본지에서 소개한 데로 대상자는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복지혜택을 누릴 수 없는 특별한 조건에 놓여있는 분들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연탄만 전달해주면 끝날 일이었는데, 막상 현장을 가보니 사정이 너무나 달랐다.

연탄을 제공해줘도 보일러시설이 망가져 아예 난방 구실 자체가 되지 않았고, 또 한집은 거실 중천장이 무너져 냉장고가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연탄 공급보다 집수리가 우선이라는 판단 하에 당장 나주시에 협조를 요청했다.

“연탄만 배달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막상 현장에 와보니 집수리가 시급하다. 나주신문과 나주시가 함께 해결해보자”고 제안했고, 나주시 주민복지과는 흔쾌히 수락했다.

판이 커졌다. 성금도 예상했던 것보다 규모가 커졌고, 나주시에서도 또 다른 한곳을 제안했다.
사랑의 연탄배달이 집수리 사업으로 전환된 셈이다.
각각의 현장을 열 번도 넘게 다녀왔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는 기탁자들의 뜻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어느 곳에 사용해야 할지도 문제였다.

수혜자들의 요구사항도 많아지고 성금은 한정되어 있었으며, 결국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던 터라, 급한 난방시설 교체 및 설치로 결정했다.
성금을 기탁하신 분들께는 직접 현장을 소개했다.

십시일반 모인 성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주고 싶었고, 그래야 도리인 것 같았다.
그러자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주변에서 아는 지인들끼리 시작한 성금모금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각계에서 성금들이 모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감격스러운 것은 학생들의 참여였다.

나주고등학교 학생들이 축제 때 모아진 성금을 보내줬고, 남평중학교 학생들도 참여했다. 안디옥 교회에서는 교인들이 바자회를 통해 모금된 수입금을 전액 기탁했고, 개인사업을 하시는 사장님들도 손을 보탰다.
이것도 모자라 아예 집수리 사업을 현장에서 해주신 모 회사에서도 공사에 들어간 자재대금을 자체적으로 부담해줬다.

모금과 집수리 완공까지 불과 2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세 곳의 집수리를 모두 마친 뒤 성금을 기탁하신 분들을 한자리에 모셨다.
“당신들이 기탁하신 소중한 성금이 이곳에 이렇게 쓰여졌습니다”

십시일반 소중한 성금을 기탁하신 그분들에게도 뜻 깊은 경험이 되었으리라 여겨진다. 주변에서 수많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모금되고 전달되지만, 막상 기탁자들이 자신들이 낸 성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겸손의 미덕이 겹친 이유일 것이다.

그저 “좋은 곳에 쓰였겠지” 하는 이들도 많다.
나주신문은 이와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오른손이 한 일은 왼손도 꼭 알아야 한다”
좋은 일은 많이 알려지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나눔과 베품의 문화가 더욱 확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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