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기준선과 국민의 눈높이

  • 입력 2015.01.12 09:26
  • 수정 2015.01.12 09:29
  • 기자명 박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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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시민복지기준선을 발표했다. 박시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했지만 복지수준을 끌어올리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가 컸다.

다른 한편으론 예산 부담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중앙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지자체가 부담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지자체마다 복지기준선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서울시의 파급효과는 인정할 만하다. 다만, 채무감축과 더불어 임대주택 8만호 건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보호자 없는 병원 건립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복지예산이 30%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적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한다 해도 선진사회로 가는 길을 연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중앙정부 차원의 복지계획이나 최저생계비 등 국가가 정한 기준과 뭐가 다르냐이다.

또한, 지자체가 별도의 기준을 정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이다. 여기엔 분명하고도 명확한 이유가 있다.
사실 학자들 사이에서도 국민복지기준선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세부적인 기준에 대한 합의도 불분명하다.

그동안 국민들의 절대빈곤과 상대빈곤 기준점을 어디에 두고 사회보장선을 마련하는가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예를 들면, 국가는 국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생계비를 계측하여 발표한다. 이를 근거로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낮거나 부양의무자가 없을 때 생계급여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최저생계비를 계측할 때에는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으로 구분하여 조사하지만 막상 수급권자를 선정할 때에는 중소도시 기준으로 정한다. 따라서 대도시와 농어촌에서는 상대적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국가가 헌법에 규정된 인간다운 생활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 국민들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있다.

이런 이유로 서울시가 시민 눈높이에 맞는 복지기준선을 별도로 만든 것이었다. 의미 있는 일이다. 진정한 지방자치의 길로 가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민복지기준의 주요내용은 소득·주거·돌봄·건강·교육 등 5대 복지 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자체마다 사회 경제적 수준과 복지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기준을 정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경기도에서는 소득·주거·건강·일자리·사회서비스 분야를 기준으로 선정하고 있다. 얼마 전 광주시에서도 광주시민복지기준선을 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였다.

정부의 복지기준은 지역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모두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지자체의 복지기준선이 별도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복지대상자 입장에서 느끼는 상대적 격차를 해소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작업이다.

수급자 선정기준이 상대적 빈곤선으로 발전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최저생계비 수준의 보장에 머물러있어 실질적인 사회안전망 기능을 못하고 있다. 송파구 세모녀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도시와 농촌간 소득격차와 주거수준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세대 간 성별 격차 등을 좁히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결국 복지기준선을 만든다는 것은 국민 개개인의 복지욕구에 부응하는 기준을 찾아서 제시해주는 것이다. 지자체마다 복지기준선을 만든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준이 아니라 유행처럼 장밋빛 그림만 그린다면 재정낭비는 물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복지기준선에 얼마나 부합하는가의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를 개발하고 정기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광범위한 시민참여와 건강하고 균형감 있는 거버넌스 형태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지역사회의 합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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