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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으로 살아간다는 것경비원 이민조 반장님의 하루
이신재  |  jae7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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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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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비원 이민조 반장님
지난 해 10월, 강남의 모 아파트에서 주민의 멸시에 못 이겨 스스로 분신을 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경비원 사건은 대한민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사건을 통해 전에 없던 ‘현대판 머슴’, ‘현대판 노예’, ‘파리 목숨’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생겨났고, 내다버릴 자존심도 없는 존재로 비참한 대우를 받아오던 아파트 경비원들은 최근까지 이슈가 되고 있는 갑을논란의 시발점이 되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흔히들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 영역이 단순 경비와 환경 미화 역할에만 한정되어 있는 손쉬운 직업이라 생각할지도 모를 일, 퇴직 후 무료한 여생을 용돈 벌이 식으로 편안하게 보내기 위해 선택하는 직업이 아파트 경비원이라는 인식도 존재 하는 듯하다.

며칠 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송월동 B아파트 거주자라고 밝힌 이 제보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내에서 근무하시는 경비원분들을 칭찬해드리고 싶다”며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에 주민으로써 감사한 마음이다”고 그 분들 중 한 분을 기쁜 어조로 소개했다.

올해로 11년째 한 아파트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살아온 베테랑 이민조(69)반장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경비원의 24시간, 평균 15.5시간동안 경비원 업무를, 나머지 시간은 취침과 식사시간으로 활용된다.
하루 4명의 경비원이 경비 초소 3곳과 택배실 1곳에 나뉘어 근무한다. 격일제 근무, 별도의 휴무 없이 이틀에 한번 씩 출근하는 셈이다. 날짜 운이 좋다면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오는 자녀들과 다가오는 명절을 함께 보낼 수 있으련만,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다른 날은 아니더라도 자식, 손자 다 모이는 명절인데, 경비원 모두가 다 같은 마음이지요. 뭘, 어쩔 수 없어요. 서로 배려하며 그렇게 사는 거지. 그래도 직업이 우선이죠. 이 나이 먹고,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

1204세대, 나주에서 가장 많은 세대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에서 반장님을 포함한 총 8명의 경비원들은 택배수령, 각종 민원처리, 도보 순찰, 불법 주차단속 및 교통정리, 재활용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통 운반, 보도 쓸기, 환경미화, 예초, 초소 경비, 제설작업 등 하루도 거르지않고 이 많은 일거리들을 소화해낸다.

   
 
“그래도 우리 아파트 주민분들은 시민의식이 투철하세요. 음식물 처리부터 분리수거까지 꼼꼼하게 일일이 해주시니 저희는 마무리 정리만 하면 되요. 너무 감사하지요”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이른 새벽 염화칼슘부터 빗질까지, 경비원들은 추위를 느낄 여유조차 없이 분주해진다. 이날만큼은 휴식, 취침시간은 이미 반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민들 출근 시간되기 전까지는 다 치워야 해요. 하다보면 요령도 생기고 그래요(웃음). 주민분들이 계셔야 우리가 일할 수 있는 건데요 뭘. 이왕 하는 일이면 기쁜 마음으로 해야지. 그래야 힘도 나고..”
치우고 치워도 뒤돌아보면 쌓이는 눈 더미에 ‘여태 눈도 안치우고 뭐 했냐’는 식의 쓴 소리도 간혹 들려오기도 하지만 베테랑 반장님은 묵묵히 고개를 숙여가며 본인의 사명을 다한다.

출근시간, 눈과의 전쟁이 그렇게 끝이 나면, 퇴근시간 이후, 이번엔 주차와의 사투가 벌어진다. 늦은 오후시간 이중 주차, 길목 주차에 시도 때도 없이 경비실에 전화가 걸려온다. 불법 주차 안내지를 돌아다니며 붙이긴 하지만 그것으론 한계가 있다. 차 키라도 맡겨놓고 가면 그 나마 다행, 차를 빼지 못해 급한 주민들의 재촉 속에 오고가는 말들이 고울 리 없다. 맨 안쪽에 차 한 대를 빼기 위해선 줄줄이 차를 빼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반장님은 미소를 지으며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 한다.

   
 
“경비원이 짜증 섞인 어조로 이야기 하다보면, 언쟁이 생겨요. 주차장 여건도 있고 주차 하시는 분들만의 문제는 아니거든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잖아요. 우리 경비원들이 먼저 친절히 마음을 열고 대하면, 주민들과도 화목하게 지낼 수 있어요”

한편, 그렇게 한 달을 꼬박 일해서 받는 월급은 130~40만원 안팎. 최근 감시단속적 근로자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의 90%를 받던 급여를 올해부터는 100%로 적용하기로 하면서 평균 19%의 임금이 인상되어 조금이나마 처우가 개선됐건만, 이로 인해 대도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많은 아파트 경비원들이 정리해고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아파트 경비직 자체가 안정된 직업이라 보기는 힘들다. 자신들을 고용하는 용역업체와 아파트회사간의 계약이 만료되거나, 새로운 업체와의 계약이 체결되면, 상황에 따라 오갈 곳 없는 실직자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주어진 시간과,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보면 좋은 일들이 생기겠죠. 저희 경비원보다 훨씬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도 많은데요. 사실 칭찬해주셨다니 많이 부끄러워요.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한 것 뿐인데요”

‘수고하시네요’ 말 한마디가 어려운 일이 돼버린 각박한 현실 속에, 한 가정의 가장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퇴직 이후 고령의 나이에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자 노력했던 우리 중의 한사람인 아파트 경비원.
한 때는 잘나가는 대기업의 임직원이었고, 존경받는 선생님이었을지도 모르는 그들은 오늘도 주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아파트 곳곳을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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