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현상

  • 입력 2015.03.30 14:29
  • 수정 2015.03.30 14:31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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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형구 작가
▲ 강형구 작가
가끔씩 면사무소나 동사무소, 시청 등에 드나들 일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 일부 공무원의 불친절이다. 민원인이 묻는 말에 친절히 답변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냉소를 머금고 무뚝뚝하게 대하거나 심지어는 거만하게 거들먹거리는 이들도 있다. 또한 전화로 무언가를 문의하면 짜증이 난 듯 건성으로 대답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럴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 ‘과연 민은 졸인가?’ 이다. 서슬 퍼런 군사 독재시대에는 군관민(軍官民)이라고 하면서 군을 앞세우고 힘으로 무조건 윽박지르며 통치하려 들었다. 그때의 민은 분명 졸이었다.

민주화시대였던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 시절에는 민관군이라고 하여 민을 앞세우고 행정의 서비스를 통한 질적 향상과 친절 봉사를 강조했다. 그때의 민은 분명 주인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명박 시대부터는 관군민으로 관을 앞세우며 모든 것을 통치하려 들었으니 이른바 신 관료시대를 열어젖혔지 않느냐는 느낌이다.

더구나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직장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 더 어려운 일이고 보니, 마치 직장 중 최고로 인정받는 공무원은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를 지경이니 덩달아 교만해질 만도 할법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사람의 질적 가치까지 드높아지고 또한 그렇게 평가해주고 존중해 주는 것만은 결코 아니니 바로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요새 경남도지사 홍준표씨의 아이들 무상급식 철회 문제로 연일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홍준표가 누구인가? 그 어렵다는 고시를 합격하고 검사를 지내고 국회의원을 내리 역임한 내로라는 이 땅의 고급관리다.

하지만 그에 대한 세간의 여론은 내로라는 고급관리인 만큼 고급인격을 지닌 자로 평가해 주지 않는다. 자기 자신만의 입신출세와 명리만을 위해 어린아이들의 밥그릇을 가지고 장난질을 치는 돈키호테 같은 덜떨어진 존재가 아마도 그에 대한 정확한 세평일 듯싶다.

더구나 국민이 낸 세금을 제 것 인양 제멋대로 써대면서 자신은 꼬박꼬박 경남도청에서 국민들의 세금으로 제공하는 무료 점심을 먹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도 ‘나 몰라라’ 하고 목에 힘을 주고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영락 세상물정 모르는 소영웅주의에 빠진 정신 나간 돈키호테가 아니고 무엇인가?

오직 자기교만과 사특한 몽니로 대세를 거스르려하는 이러한 홍준표류의 인간이 비단 홍준표에게만 그치지 않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우리 주변에 그런 류의 인간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일류대 학벌을 가졌다는 과시로, 고시를 합격했다는 그 거만으로, 좋은 직장을 가졌다는 그 교만으로 자기 본분을 망각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비인간의 작태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만 그치지 않고 주변에 커다란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크나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는 것이다.

사회와 이웃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람, 그리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주변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아니 된다.
일반인도 그러해야 할진데 더구나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복인 공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더욱 노력을 해야만 한다.

지난 3월 19일 나주신협 2층에서 우리 나주가 낳은 조선의 훌륭한 유학자인 금남 최부 선생(1454-1504) 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하는 회의가 있었다. 

나주시 동강면 인동리 성지마을에서 태어난 금남 최부 선생은 조선 성종 때 왕명을 받들고 제주도에 가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아버지의 상(喪)을 당해 나주로 오는 배를 타고 오는 중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가 중국 절강성 임해의 우두외양에 도착하여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기고 136일 만에 돌아오는 것을 기록한 표해록이라는 표류기를 남기고 여러 벼슬을 지냈는데, 끝내는 연산군의 폭정에 굽힘없이 온몸으로 간언하다가 갑자사화를 당하여 51세의 나이로 참형을 당하고 말았다.

그 금남 최부 선생이 나주에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최부 선생보다 5세 연하에 과거 합격이 9년이 늦은 지금의 장성 땅이 고향인 송흠(1459-1547)이라는 후배가 찾아왔다. 한양에서 벼슬살이를 하고 있던 터에 휴가를 받아 고향에 왔던 송흠이 선배인 최부 선생을 찾아왔던 것이다.

반갑게 그를 맞이한 최부 선생은 송흠에게 대뜸 이렇게 물었다.
“한양에서 고향까지의 교통편은 무엇이었는가?”
“관인에게 주는 역마를 타고 왔습니다.”
“으음! 그래, 그렇다면 고향에서 이곳 나주까지는 어떻게 왔는가?”
최부 선생의 뜻밖의 질문에 송흠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것도 마찬가지로 관인에게 주는 역마를 타고 왔습니다.”
“뭐라!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한 관리라니! 내 그대의 행위를 상부에 당장 발고하여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할 것이야!”
최부 선생은 송흠을 바라보며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한양에서 고향 장성까지는 휴가를 받아 오는 것이기에 관인에게 내주는 역마를 타고 오는 것이 합당하나 장성에서 나주까지는 사적인 일로 오는 것이기에 관인에게 내주는 역마를 타고 와서는 절대로 아니 된다는 것이었다.
 
금남 최부 선생은 이토록 엄격하게 공사를 구분해 후배 송흠을 꾸짖었던 것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최부 선생이 자기에게 문안 인사를 온 고향 후배인 송흠에게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 않았느냐? 그깟 사소한 일로 쩨쩨하게 어린 후배를 상부에 발고한 좀생이라고 최부 선생을 비하하며 인간미가 없다고 말할지 모르나 바로 그러한 것이 한 치도 어긋남 없는 선비의 원칙이고 정도(正道)였던 것이다.

이놈의 세상은 그놈의 끈적끈적한 인정에 얽매이다 대세를 그르치고 파국을 맞은 자가 부지기수이며, 민중을 도탄에 빠트려 죽인 자가 또 부지기수이며, 처참하게 역사 저편으로 사라져간 나라가 또 부지기수라는 것을 잊지 말자.

더구나 이 일로 인해 파직을 당한 송흠이 대오각성(大悟覺醒)하여 청백리로 거듭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고 훗날 고관을 두루 역임하면서 훌륭한 학자가 되어 하서 김인후, 면앙정 송순, 학포 양팽손 등의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 냈으니 이 얼마나 값진 가르침인가!

예로부터 집안사람이 잘못을 하면 그 집 어른이 욕을 먹는다. 밑에 사람이 잘못하면 그 우두머리가 욕을 먹는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어느 공무원이 잘못하면 면장이나 동장 그리고 시장이 욕을 먹게 되어있다.

세칭(世稱) 이명박근혜시대! 세상의 흐름을 억지로 과거로 역행 시키는 시대라고들 한다. 세상이 그들 마음대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것 같아도 절대로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더더욱 기고만장하며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공무원, 시장, 군수, 도지사, 시의원, 도의원, 국회의원, 대통령 한다고 ’나 잘났네!’하고 사방팔방에 광고하며 교만하게 위세 떨며 돌출행동만을 일삼는 홍준표류의 인간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교활하고 음흉한 자들이 제멋대로 날뛰는 혼탁한 시대라 할지라도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인간의 바른 정신이다.

공무를 바로 집행하는 바른 정신에 민을 주인으로 받들 줄 아는 친절한 서비스 정신이 바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공무원상인 것이다. 그것은 겸허한 자기희생을 통한 부단한 자기노력과 그리고 금남 최부 선생 같은 공사를 엄밀히 구분해 행할 줄 아는 투철한 정신, 결코 인정에 얽매이지 않는 청명(淸明)한 정신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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