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헌드레드

  • 입력 2015.04.06 14:37
  • 수정 2015.04.06 14:39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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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줄임말 위주로 유행했지만, 이제는 외래어와 한글을 섞어 놓은 것이 많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시사적이며 상징적이다. 오포세대는 생활고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 구입 다섯가지를 포기한다는 의미다. 자녀의 교육과 관련한 사회 문제에 분노하여 적극적으로 그 해결에 참여하는 여성을 앵그리맘이라 한다.

또한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장그래법이라 부르는 것은 드라마 미생을 상징적으로 오버랩하고 있다. 이같은 신조어 중에 호모 헌드레드는 인간 100세 시대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사회 곳곳이 지뢰밭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기약할 수 없지만 딱히 방법이 없다. 노인이란 누구인가 ?

보호받아야 하고 고독한 존재라고 단정하기엔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한 인격체로서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과거의 노인은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다. 우리나라의 60, 70년대는 세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해서 가족수가 노동력이며 경쟁력이었다.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출세해야 했다. 그래서 똑똑한 아들에게 올인하고 살아야 했을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노인들은 자식이 유일한 삶의 돌파구라고 굳게 믿었다. 성공하거나 여유가 있는 자식이 부모형제를 돌보며 부양하는 미풍양속을 유지하여 왔다. 그런데 지금 부모와 자식간의 보이지 않는 그런 약속이 무너지고 있다. 현재는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은 노인에게 스스로 자신의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노후준비를 잘 했거나 화목한 가정의 노인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위 노인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가장 불행한 것이 현재의 노인이다.

건강과 경제력을 양손에 거머쥔 어르신들은 자신의 취미활동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구가한다. 또한 왕성한 구매력을 지닌 잠재적 소비계층으로 부상할 것이다. 그러나 가족 부양으로부터 배제되고 노후 소득보장이 안된 노인은 살아가기 어렵다.

오죽하면 인생에서 가장 안좋은 것이 초년성공 중년상처 노년빈곤이란 말이 나왔을까 생각해본다. 우리나라는 34개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 국가이다. 노인빈곤율이 50%에 육박하여 전체 평균보다 3.5배나 높다. 전체 절대빈곤율 11.7%중에서 노인계층이 49.1%로 가장 심각하다는 것은 노인자살과 고독사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노인들은 자신들이 과거 부모봉양과 자녀양육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오늘날 핵가족 중심의 가족구조 변화는 노인에게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자식에게 올인하기보다는 배우자에게 올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장 바보스러운 노인이 자신의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용돈 받아쓰는 노인이다.

은퇴 후에도 30년 이상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 하루를 스케줄없이 소일한다는 것은 끔찍하다. 용돈에 불과한 노인 일자리사업이지만 신청기간 때마다 서로 차지할려고 아우성치는 것을 보면 소득보장 역시 요원하다. 모두가 현재를 살아가는 노인들의 자화상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노인은 어떨까 ? 아마 현재의 노인들을 보고자란 세대가 노인이 된다면 충분한 학습효과를 통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최소한 자신의 상황에 맞는 대처를 통해 살아가기 때문에 현재보다는 행복할 수도 있다. 국가의 제도도 한 몫 할 것이다.
 
가족기능이 약화되는 것은 노인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복지제도에도 책임이 있다.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된다. 행복추구권이란 말이 헌법상 문구인 책장의 장식품이 아니라 호모 헌드레드 세대를 살아가는 노인에게 주어진 권리로 자리메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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