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송이 핀다고 봄인가요, 다 함께 피어야 봄이지요”

  • 입력 2015.04.20 14:13
  • 수정 2015.04.20 14:18
  • 기자명 이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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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바람이 불던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은 온통 슬픔에 잠겼다.
설렘 가득한 마음, 부푼 꿈을 안은 채 제주도로 향하던 선박 한 채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했다.
말로 다 형용 못할 급박하고, 참혹한 광경은 전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중계됐고, 304명의 소중한 영혼들은 자본의 탐욕과 국가의 무능으로 인해 서서히 물에 잠겨갔다.

 
 
전부 다 책임질 것처럼 TV 속 호언장담을 일삼던 이들은 급한 불이라도 꺼진 듯, 너나할 것 없이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한 채 세월을 핑계로 보란 듯 자취를 감췄다.

무심한 세월을 그 기억조차 옷 깃 여미듯 간단히 흘려보내자, 어느새 꽃이 피는 또 다른 봄날이 찾아왔고, 그렇게 죄 없는 아이들을 떠나보낸 지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승전보를 위해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았던 나라의 지도자.
유가족의 분노와 절규를 외면한 채 오로지 무덤덤하게 제 갈 길을 가던 일부 정치인들.
단식현장에 찾아와 초코바를 무더기로 내던지고, 폭식으로 유가족을 조롱하던 사람들.
온갖 욕설과 비하발언으로 커뮤니티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악플러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 놓는다. 사랑한다’는 문자한통이 엄마에게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가 되어, 밀려드는 바닷물을 그저 망연자실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 학생들.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 건네고 자신의 목숨을 내건 채 아낌없이 헌신했던 사람들.
혹독한 비난 속에서도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했던 단식 행렬에 참가했던 의로운 이들도 우리는 전부다 잊지 말고 기억해야한다.

불과 1년 전, 잃어버린 7시간을 지금까지 해명하지 못한 채, 범국가적 사고 1주기에 해외순방을 떠나는 지도자와, 온갖 비리로 얼룩져 유가족 방문을 거절당하는 총리까지, 우리는 지금 무엇을 보고 듣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노란 추모물결이 전국을 뒤덮고, 너무나 잔인했던 지난 1년간의 아픈 기억들을 잊지 않기 위해 나주 시민들은 다시 한 번 촛불을 밝혔다.
다시는 이런 참혹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함이요, 무능과 부패를 처벌하여 안전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리고 작게는 자식 잃은 슬픔에 죄인이 되 버린 억울한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함이다.

 
 
가슴 아픈 지난 1년간의 기록을 담은 영상을 모두가 함께 시청한 시민들은 촛불을 손에 쥔 채, 304명의 희생자들과 아직도 차디찬 맹골수도 깊은 바다 속에서 잠들어 있을 9명의 실종자들을 기억했다.

“꽃 한 송이 핀다고 봄인가요, 다 함께 피어야 봄 이지요”
(추모 문화제 영상시청 中)

어김없이 이 자리에 봄꽃은 폈는데
꽃보다 고왔던 너희만 없구나
꼭 일 년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엄마 없는 세상을 살아갈 너를 걱정했는데
네가 없는 세상을 살게 됐구나
보고픈 얼굴들, 그리운 이름들
우리 가슴에 새겨 넣을게
사랑하는 그대들, 천개의 바람과 만 개의 꽃송이가 되어
다시 우리 곁으로 오라,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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