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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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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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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향 학예연구사
2014년 2월 나주읍성 서쪽 성터에 살던 사람들의 자취가 사라졌다. 문화재로 지정된 성벽을 정비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왁자지껄 애들 울음소리, 등교길에 나서는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 성터 고샅길을 달리던 자전거 바퀴 돌아가는 소리, 고샅길을 누비며 해질녘까지 숨바꼭질하던 삶터의 소리가 이제는 들리지 않는다.

동네에서 가장 번화가이던 장림상회 앞에는 동네소식을 듣기 위해 삼삼오오 봄볕에 모였고, 협동이발소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식육점에서 고기를 사는 어머니는 식구들 먹일 생각에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그렇게 동네는 살아 있었다.

100년 가까이 성터를 지키고 삶을 이어오던 그들의 이야기를 이제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 이렇게 사라지고 나니 언제 거기에 동네가 있었나 싶게 기억에서 아스라하다.

살아 숨 쉬는 그들의 역사
그들은 거기 왜 그러고 있었던 것일까?

성돌을 가져다 담을 쌓고 성벽 위에 또는 성벽을 등지고 납작한 집을 지어 자식을 길렀고 성벽과의 좁은 틈에 희망삼아 감나무도 심었다. 성터에서 그렇게 100년을 살았고, 앞으로 또 100년을 그렇게 살아갈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가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내가 깔고 앉은 터전이 천년 된 성터인줄 알게 되었고, 내가 100년 동안 성터를 잘 지키고 살아온 셈이 된 것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즉에 시유지라고 개발하고야 말았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살아 숨 쉬는 읍성도시 나주’를 자랑하고 있는 이때에, 오늘도 동·남·북쪽 성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집을 쓸고 닦으며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또 100년을 살 것처럼.

기록되지 않은 역사의 기록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잘 기록해 왔을까? 적어도 이제까지 성터를 떠난 사람들과 앞으로 떠나야 할 사람들의 삶과 성터의 모습은 전혀 기록되지 못하였고, 지금 이순간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천년의 성터가 중요하여 백년의 삶이 배제되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 것인지 우리는 되물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이야기가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얼마나 소중한 모습인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우리네 이야기가 나주 미래 100년의 가치를 어떻게 창출할 수 있을지를 모두가 깊이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그 실천방안으로 ‘기록’을 제안한다.

일단 기록은 외부적 요인으로 해체되는 ‘주민공동체의 기억을 저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기억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고리가 될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떠난 사람들은 이 고리를 잡고 나주를 다시 찾게 될 것이며, 남은 사람들은 이 고리를 따라 나주만의 미래로 나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주의 미래 가치, 기록
성안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는 모임이 있다. ‘나주 고샅길 마실 모임’은 사진, 영상, 역사, 건축, 도시계획 등을 공부하는 나주 사람들이 모여 꼬박 1년이 넘게 토박이들을 만나 그들의 생생한 육성을 녹음하고 발품을 팔아 옛 터와 집을 찾아내고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밝혀 다양한 방법으로 되살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도 함께 활동하면서 내 동네이기 때문에 대부분 아는 내용이라고 치부하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게 되었고, 기록되지 않은 나주의 이야기야말로 미래 가치를 만들어가는 핵심자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른 어느 곳에도 없는 우리만의 과거 100년의 역사와 문화는 미래 100년을 우리 식으로 만들어가는 중요한 토대가 되고 문화적 자존감을 높여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기록을 위한 지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이 기록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품을 팔아 우리만의 것을 찾아내고 우리 손으로 기록하고 우리 식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록과정에서 우리가 경험하게 될 전승, 소통, 공유, 공동체 회복과 화합은 나주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가장 큰 에너지가 될 것이고 미래가치와 직결되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작업을 외부 전문가 손에 맡기겠는가?

기록의 목적은 자료를 확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체된 주민공동체를 회복하여 행복한 나주를 만들자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많은 각계각층의 주민이 참여해야 하고, 기록 과정에서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하나 되는 축제로 진행되어야 한다. 또 사진, 영상, 구술, 문학, 미술, 연극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과 답사, 유물 수집 등 생생한 현장 활동을 통해 발전된 콘텐츠로 탄생시켜야 한다.

이러한 기록의 경험과 성과가 성터에서 점차 나주 전체로 확대되어 나주가 ‘이야기 도시’ ‘기록 도시’로 생명력을 얻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는 오늘도 우리 손으로 나주를 기록하는 축제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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