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와 언론

  • 입력 2015.05.04 14:17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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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형구 작가
▲ 강형구 작가
세간에 조중동 찌라시라는 말이 오래전부터 널리 쓰이고 있다.
찌라시는 뿌리다는 뜻의 지라시라는 일본말로 ‘주의, 주장이나 사물의 존재 가치 따위를 여러 사람에게 널리 전하거나 알리기 위해 만든 종이쪽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쉽게 말해 내용도 깊이도 없는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단순한 선전홍보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유수 일간지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지칭하여 조중동 찌라시라고 하는데 왜 대자본과 전국의 수많은 독자를 확보한 메이저급 신문들을 일컬어 찌라시라고 하는 것일까?

알 만한 사람들은 그 이유를 다 알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국민 독자 대중들에게 사실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바른 보도를 하는 언론의 본연의 사명을 수행하지 않고 사특한 권력과 자본의 이익만을 위한 언론 보도 행태에서 국민 다수로부터 찌라시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또 널리 유통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찌라시라는 말은 정론직필을 지상의 사명으로 삼는 언론에게는 치욕적인 불명예가 아닐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찌라시라는 말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찌라시의 언론행태를 일삼으며 소위 부귀영화를 잔뜩 누리고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그러한 언론을 양산해내는 충분한 자본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 거대한 자본을 제공하는 세력 즉 살아있는 권력이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본과 권력에 휘둘리는 언론, 그것도 탐욕스런 자본과 부정한 권력에 휘둘리는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것을 명명하는 말이 곧 일본어인 지라시 즉 찌라시라는 것이다.

의식 있는 국민 독자들에게 오래 전 찌라시라고 사형 선고를 받은 언론, 그런데 그 언론이 국민 생활의 전반을 좌우하고 있으니 이는 무엇인가?

그것은 자본과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고 여론을 호도하여 자신들의 집단이 추구하는 이익을 위해 국민 생활 일반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 아닌가. 생각만 해도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런 끔찍한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이상하지 않은가! 바로 그게 우리 사회 전반이 찌라시의 일상화가 되어버린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 나라 안에 여기나 저기나 크고 작은 수많은 언론사들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대중들은 바른 정보와 보도를 목말라하고 인터넷을 찾아 헤맨다. 그야말로 정론직필하는 바른 언론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언론사도 많고 또 언론은 많은데 정작 언론은 없다.

자본과 권력을 거머쥔 메이저급 언론사는 그 자본과 권력을 지키고 신장시키느라 기꺼이 그 이익을 위해 찌라시가 되어버렸고 자본과 권력이 전혀 없는 구멍가게 언론사는 부스러기 자본과 권력을 얻어먹고 생존하기 위해 또 기꺼이 인연 닿는 자본과 권력가의 찌라시를 자청해 버린다.

거기에서 생산된 보도와 정보가 어찌 시민들을 만족 시킬 수 있겠는가? 그 결과로 대다수 시민들은 중앙지, 지방지 하는 수많은 언론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언론다운 언론은 접하지 못하고 산다.
과연 왜 그럴까? 그것은 자본과 권력을 극복해 홀로 존재가 가능한 언론사가 없다는 것이겠고 또 부당한 자본과 권력에 정정당당하게 맞서 언론인의 사명을 꿋꿋하게 실천하며 살아가는 참된 언론인이 없다는 것이다.

자본과 권력에 연줄 닿기를 학수고대 하는 언론, 그리고 자본과 권력에 굴복해 버린 언론은 이미 껍데기만 언론일 뿐 언론이라고 할 수 없다.

언론이 제 역할을 바로 해낼 때 나라가 바로 경영될 수 있다. 그러기에 절대 왕정 시대에도 왕이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권력자에게 기탄없이 바른 말로 간(諫)하는 간관(諫官)을 두어 바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견제하도록 했던 것이다.

언론인이 취해야 할 자세가 모름지기 어떠해야 하는지를 밝힌 그 대표적인 명문(名文)이 바로 당나라 때 한유가 쓴 ‘쟁신론’이다.

‘자고로 성인과 어진 선비는 모두 알려지기를 구하여 등용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시대가 평안하지 못하고 백성이 잘 다스려지지 않는 것을 걱정하여, 도를 터득하고는 감히 자신만을 정결히 보전하지는 못하고 천하 사람들을 두루 구제하고자 부지런히 힘쓰다 죽어서야 그만 두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임금은 자기 집 문 앞을 지나치며 들어가지 않았고, 공자께서는 방석이 따뜻해질 틈이 없었으며, 묵자는 집에 굴뚝이 검게 그을릴 날이 없었습니다. 이들 두 성인과 한 현인이 어찌 안일함의 즐거움을 몰랐겠습니까? 실로 천명을 두려워하며 백성들이 곤궁하였기에 이를 슬퍼한 것이지요. 무릇 하늘이 사람에게 어질고 성스런 재능을 부여하였을 때 어찌 자신만 여유롭도록 하게 하였겠습니까? 부족한 자들에게 도우라는 뜻이었을 겁니다. 귀는 듣는 것을 주관하고 눈은 보는 것을 주관하는데, 옳고 그름을 듣고 판단하고 험하고 평한 지를 확인한 후에 몸이 편안해집니다.

성현은 당시 사람들의 귀와 눈이며 당시 사람들은 성현의 몸에 해당합니다. 또, 양자가 어질지 못하다면 어진 사람 밑에서 윗사람을 섬겨야할 것이고, 만약 어질다면 실로 천명을 두려워하고 백성들이 곤궁한 것을 슬퍼해야할 것이니, 어찌 자신만 안일하게 지낼 수 있겠습니까?’ <한유의 ‘쟁신론’ 중>

이러한 유학적 사상이 유사 이래 천하 최고의 일류급 인물이라고 주희가 칭송한 송나라의 간관이었던 범중엄의 명저 악양루기에서 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歟 “백성들의 근심을 먼저 근심하고 백성들의 즐거움은 모든 사람이 즐거워한 뒤에 즐긴다.” 로 표출 된다.

이른바 선비정신의 근간이 되는 선우후락(先憂後樂)의 위대한 정신을 낳게 되었고, 바로 구양수의 명저 상범사간서(上范司諫書)와 여고사간서(與高司諫書)를 낳게 했던 것이다.

‘<춘추>의 법은 현자를 채근해서 준비를 잘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금 제가 구구하게 족하에게 한 말씀 드리고자 하는데, 족하와 관계가 끊어지는 것을 참지 않을 뿐더러, 현자를 끌어들여 당신을 책하지 않으렵니다. 만약 범희문이 현자가 아니라서 당연히 축출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 저는 그를 위해서 오늘 이렇게 말합니다. 소인배를 잘못 사귄 것입니다.
 
족하께서는 이 편지를 조정에 올려 저를 죄를 주어 죽여주소서. 그래서 천하에 범희문이 당연히 축출되어야 했다는 점을 확연히 알게 하시고 그것이 간관의 일이었다고 하십시오.’<여고사간서(與高司諫書) 중>

여기에서 구양수는 고사간의 잘못을 당당하게 꾸짖으면서 이 편지를 조정에 올려 자신을 죽여주라고 말하고 있다. 목숨을 걸고 간언했던 것이다. 이게 바로 자본과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바른 소리만을 하는 언론인의 기본 정신인 것이다.

그러나 과연 선우후락의 선비 정신을 가슴에 품고 살면서 이 나라에 언론인의 길을 올곧게 수행하는 언론인은 몇이나 될까? 군사독재시대와 어처구니없는 작금의 이명박근혜라는 시대를 살면서 제일로 타락한 것이 언론이요,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해내는 것을 떠나 찌라시로까지 전락해버렸다고 혹독하게 비판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각종 비리 게이트, 그리고 작금의 성완종 게이트를 맞아 언론은 무슨 역할을 하고 있을까?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프랑스가 나치에 협력한 자를 색출하여 죄를 물어 벌할 때 언론인을 가장 무겁게 벌했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언론은 많으나 언론이 없는 시대, 우리 나주에도 나주를 대변하는 신문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있고 또 기자들이 아주 많다고들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과연 찌라시의 따가운 눈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언론은 몇이나 될까? 누구누구라는 지방의 실력가나 사업가, 시의원, 도의원, 시장, 국회의원이라는 소위 누구누구 권력자의 눈치를 보는 언론, 돈 몇 푼에 비리와 이권을 거래하는 언론은 아닌지 시민들은 눈여겨보고 있고 또 시민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언론사가 지방에 있고 언론사 규모가 작다고 전혀 기죽을 필요는 없다.
언론이라는 것은 지방이나 중앙에 있느냐 없느냐라는 장소로 말하는 것이 아니고 그 규모로 말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은 오직 바른 언론인의 정신 그것으로만 말한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그것을 지키는 언론이 바로 최고의 언론이요, 최고의 언론인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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