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열풍, 이면에 가려진 또 다른 얼굴

  • 입력 2015.05.26 11:22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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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슨 공부모임인가요?”
“내일은 어디어디에서 무슨 강좌 한다고 하던데요”
나주는 지금 인문학 열풍이다. 너도나도 주제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강사를 초빙해 시민들을 초청 강좌를 열고 있다.

마치 늦공부 터진 것처럼 우후죽순 여기저기서 수많은 강좌가 열리고 지역사회에 새로운 담론을 제공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인문학 열풍이 행정의 예산이 뒷받침되면서 마치 돈을 쓰기 위한 하나의 사업처럼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나주는 3년전부터 시민사회 일각에서 자체회비 운영을 통한 인문학 모임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고, 그러한 공부방모임이 자연발생적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 행정이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이 결합하면서 급작스럽게 확대된 것이 대단히 인위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공부는 많이 할수록 좋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자발적인 공부가 아니라 나주시에서 엄연히 예산을 지원해가며, 그 강좌가 너도나도 넘쳐났을 때가 문제라는 것이다.

수혜자 입장인 시민들로서는 당연히 좋은 일이겠지만 다른 각도, 즉 비판적인 예산감시 운동의 관점에서 봤을 때 나주시 지원을 받아 아카데미 강좌를 하는 것처럼 쉬운 사업도 없다는 입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부터 나주시는 용역사업을 통하든 위탁사업 방식을 택하든 수많은 아카데미 강좌에 예산을 지원해주고 있다.
목사고을시장 활성화사업부터 도시재쟁 활성화 사업, 나주향교 이야기꾼, 최근 나비센터까지 강좌는 넘쳐나고 말 그대로 인문학 열풍이다.

여기에 자체적인 예산으로 아카데미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 곳도 많다. 인문학 강좌를 3년째 이어오고 있는 나주공부방이 가장 대표적인 곳이고, 나주박물관 후원회에서도 역사문화 관련 강좌를 진행해가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작게는 우리차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차 모임도 매주 한 차례씩 자발적인 공부를 진행하고 있어, 말 그대로 나주는 늦공부가 터진 셈이다.

정부나 자치단체로부터 예산을 받아 집행하는 위탁기관 입장에서는 아카데미 사업처럼 쉽게 할 수 있는 사업도 없다.

교육일정을 잡고, 명분을 만들고, 강사를 섭외하고, 수강생들을 모집하고, 무식하게 표현하자면 참 쉽다.
10강을 마련하든 20강을 마련하든 시민들 입장에서는 공짜로 좋은 강좌를 듣는 입장이니 나무라는 이들도 별로 없다.

여기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강사로 섭외되면 그 단체는 마치 능력 있는 단체로 인식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시 예산이 투입되었을 때는 분명 따져봐야 할 지점이 있다.

예산의 효율적 운영 측면에서도 검토되어야 하고, 강좌 대상인 시민들의 피로도 역시 검토되어야 하고, 강좌 내용 또는 커리큘럼이 얼마만큼의 지역성과 시대성을 담고 있는지도 나주시는 검토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약도 과용하면 독이 되고, 나주시가 지원하는 아카데미 강좌 예산도 결국 우리들이 낸 세금이다. 공짜 강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또 하나, 주위에서 수도 없이 진행되고 있는 인문학 강좌가 수요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한번쯤 따져봐야 한다.

공짜라고? 착시현상이다. 절대 공짜로 진행되는 강좌가 아니면서도 내용은 모두 제공자들이 정한다. 마치 시민들은 누워서 떡이나 먹으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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