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장실로 오세요, 따듯한 차 한잔 대접해드립니다”

각별한 나주사랑 박석민 역장을 만나다

  • 입력 2015.05.26 11:30
  • 수정 2015.05.26 11:31
  • 기자명 이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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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가치관이 공유된다.
사람들은 어느새 부턴가 땔래야 땔 수도 없는 SNS를 통해 제마다 다른 가치관과 대화법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서부터 이 지역발전에 대한 이야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지역사회 핵심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소통’이 아닐까 싶다.
소통. 말 그대로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 즉 뜻이 서로 통하기 때문에 오해가 없다’는 참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다.

선선한 날씨 속, 여행객들의 오고가는 발길로 분주한 나주역에서 만난 박석민(51) 씨는 소통을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이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시종일관 밝게 웃으며 대화를 이어가는 그에게 유쾌함이 묻어났다.

 
 
그의 나주사랑은 각별해 보였다. 더욱이 그는 최근 지역관광상품개발과 홍보에 힘쓴 공로로 시정발전유공자에 선정돼, 표창을 받기도 했다. 전남 무안이 고향인 박석민 씨, 현재 그는 나주역장으로 일하고 있다.
만남과 이별의 공간, 누구에게나 한번쯤 가슴 절절한 기억이 머물러 있는 곳, 설레임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이 곳 기차역에서 그는 31년의 세월을 보냈다.

학창시절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에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채, 고심 끝에 선택했던 철도고등학교가 31년 경력의 시작점이었다.

졸업이후 첫 발령지였던 강원도 영월군 한 시골역을 시작으로 그는 강원도 지역 곳곳을 오가며 17년 동안 역무원으로 근무했고, 마침내 2000년 12월 22일에 해돋이 관광명소인 정동진에서 역장으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은 이후 신탄진역장(03/6), 본청 고속사업본부 영업설비팀장(03/10), 목포역장(06/7,10/11), 남도해양관광 사업단장(12/9), 전남본부 영업처장(13/10) 등 화려한 경력을 쌓고 2014년 12월 15일 나주역장으로 부임했다.

 
 
나주역장으로서 목사고을 나주를 알리기 위해 나아가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되기 위해 분주히 발로 뛰는 그의 행보에 많은 시민들은 공감과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정기적으로 지역신문에 기고문을 보내는가 하면, 지역 곳곳에서 실시되는 각종 강연에 참석해 시민들과 허심탄회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소통하기도 한다.

또한 타 시,군의 철도를 통한 모범관광사례를 SNS를 통해 공유해 철도를 통해 지역 관광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다각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박 역장은 혁신도시 활성화와 더불어 지난 4월 호남고속철 개통으로 반나절생활권이 가능해짐에 따라 철도 이용객이 증가되고 있는 현 시점이 나주 관광 발전의 최고의 기회라 언급한다.

“운송수단에 국한됐던 기존 철도의 역할이 시대가 지날수록 변모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S-Train처럼 지역 관광객을 적극 유치할 수 있는 관광 컨텐츠가 많이 개발되고 있는 추세다. 열차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와 낭만이 있기에 그만큼 관광객들에게 인기도 좋다.”

서울과 여수, 부산과 여수를 오가는 남도해양관광열차인 S-Train은 그가 3년 전 남도해양관광개발사업단장으로 근무할 당시 고안해낸 관광특수열차이기도 하다.

"많은 젊은이들이 관광코스로 나주를 선택하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여행 블로그나, SNS의 파급력은 실로 어마어마하기에 그때부터는 관광명소로 입소문에 오르내리게 된다. 나주는 ‘맛’에 강점이 있다. 바로 홍어와 곰탕이다. 그 맛은 전국적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충분한 관광 메리트로 작용한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나주에는 젊은이들이 갈만한 곳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산포면 산림연구소나, 도래 한옥마을을 볼 때는 관광 명소로써 충분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전주한옥마을이나 담양의 죽녹원, 메타세콰이어 길을 보더라도 말이다”

박 역장은 나주시와 함께 나주가 가진 ‘맛’과 ‘관광지’를 방학 철 대학생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철도 여행 컨텐츠인 ‘내일로’와 접목시킬 계획을 구상 중에 있다. 지역 연고도 없던 그가 이토록 나주 관광발전에 열심을 다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혹시 무슨 특별한 연유라도 있는 것일까. 그는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다”고 했다.

 
 
그리고 “시대적으로 우리 호남지역이 많이 소외됐다. 관광으로 하여금 나주가 발전할 수 있다면 그것이 호남 발전이 아니겠는가. 나아가서는 호남를 비롯한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정년이 9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기차역장을 경험했던 그는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스스로의 사명감을 키워왔다고 했다.

“긍정적으로 살다보면 좋은 일들이 생긴다. 앞으로 나주를 비롯해 호남지역은 긍정적 마인드로 상대방과 소통하고 또 포용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나주로 여행 온 외지 관광객들이 꼭 다시 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말이다”

그는 승객들과 소통을 위해서라면 언제나 역장실 문을 열어놓겠다고 했다. 따듯한 차 한잔과 함께. 먼 훗날 기회가 닿는다면 저 먼 이북 땅 평양역장을 꿈꾼다는 박석민 씨. 그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나주사람 기억에 남는 나주역장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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