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죄

  • 입력 2015.06.15 14:34
  • 수정 2015.06.15 14:35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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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현수 변호사
▲ 홍현수 변호사
사법연수원 시절, 술 때문에 범죄가 더 발생하는 것인지, 아니면 더 줄어드는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우리는 좋은 사람들과 술잔을 나누면서 화를 가라앉히고, 스트레스를 풀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는 술로 인해 범죄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뉴스와 신문을 보면 술자리에서 사소한 오해로 시비가 붙어 싸움이 일어나고, 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소식도 적지 않아 술 때문에 범죄가 더 발생하는 것도 같습니다.

아직도 시원하게 답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술의 범죄에 대한 예방적 효과를 더 믿었었는데, 지금은 술이 범죄를 조장하는 쪽에 무게가 더 기울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술 때문에, 혹은 술자리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범죄가 폭행죄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폭행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형법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형법 제260조 제1항).

그럼 먼저, ‘폭행’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보통 폭행을 주먹을 쥐고, 사람을 때리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폭행죄에서 폭행은 신체에 대한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를 말합니다.
 
따라서 주먹을 쥐고, 사람을 때리는 것은 물론, 머리채를 잡는 것, 멱살을 잡는 것, 몸싸움을 하는 것, 밀치는 것 등이 모두 폭행에 해당합니다. 국선변호를 맡게 되면 멱살을 잡거나 몸싸움을 했을 뿐, 폭행한 것은 아니라며 억울해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데, 이렇게 폭행은 타인의 신체에 힘을 쓰는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피스텔 내 부동산에서 관리비 문제로 부동산 중개인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화가 나 종이컵에 물을 담아 부동산 중개인의 얼굴을 향해 뿌린 주부에 대해 폭행죄의 성립을 긍정하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얼굴은 사람의 신체에 해당되고, 물을 뿌린 것은 유형력의 행사이기 때문에 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됩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카페에서 말다툼을 하다가 물 컵의 물을 사람의 얼굴에 뿌리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위와 같이, 모두 폭행죄에 해당합니다.

다음으로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우리 형법은 폭행죄에 대해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형법 제260조 제3항). 즉, 폭행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 및 처벌이 가능하지만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거나 처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인 것입니다.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의 뜻 자체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처벌할 수 없는 죄라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술집에서 상호 시비가 붙어 서로 폭행을 가하고, 경찰서에 가서 조사까지 받았지만 서로 화해한 경우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폭행의 정도가 지나쳐 상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폭행죄가 아닌 상해죄가 성립하고, 상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화해하더라도 처벌된다는 것입니다.

이상, 폭행죄에 대해서 가볍게 살펴봤습니다. 요 며칠 날씨가 덥고, 앞으로 더위는 3개월 정도 더 남았는데요, 화가 나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좋은 사람들과 좋은 기분으로 술 한 잔 마시면서 훌훌 털어버렸으면 합니다. 삶에 대한 근심, 미래에 대한 두려움, 서로에 대한 오해 모두 술잔에 담아 한 모금도 남기지 말고 풀어버리시길 바랍니다. 다만, 적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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