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가 없다 1

  • 입력 2015.06.22 13:41
  • 수정 2015.06.22 13:42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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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형구 작가
▲ 강형구 작가
천하대사(天下大事)를 가슴에 안고 천하의 평화를 위해 마음을 쓰는 자를 선비(士)라고 한다면 그 선비는 세상을 바르게 견인해내는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아니 되는 위대하고도 순정한 동력일 것이다.

선비사상의 시초는 그 유명한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쓴 도연명이다. 선비란 무엇일까?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탁류에 물들지 않고, 혼탁한 시류를 거부하며, 개인의 탐욕을 거부하고 항상 중용(中庸)의 깊은 경지에 들어 세상과 자신을 바르게 견인해 내는 청명한 정신의 소유자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자는 선비에게서 군자의 위대한 덕성을 보았고, 유학에서는 그에 반대되는 속물적 인간상을 소인배라고 지칭했다.

그렇다면 소인배란 무엇일까? 그것은 탁류에 깊이 물들어 혼탁한 시류에 따라 개인의 탐욕을 취하고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온갖 사기술과 악행을 서슴지 않는 추악한 정신을 소유한 인간상을 지칭하는 말인 것이다. 소인배! 생각만 해도 상종하기 싫은 추저분한 인간이다.

그러나 세상은 늘 이러한 소인배들로 들끓었다. 권력과 돈과 명예가 있는 곳에는 오물통에 파리 끓듯 하는 것이 소인배들이었으니 늘 세상이 시끄럽고 살기 힘든 까닭이었다. 그러한 아수라장의 세상 속을 살아가면서도 선비는 결코 오물에 물들지 않고 늘 의연하게 중용의 삶을 실천하였으니 어찌 천하의 귀감(龜鑑)이 되지 않았으랴!

41세 된 도연명이 평택 현령이 된지 80일만의 일이었다. 심양군 장관의 직속인 순찰관(독우)이 지방 관료인 도연명에게 순찰을 온다는 것이었다. 하급자인 도연명은 그 순찰관을 의관을 정제하고 정중히 절을 하며 맞이해야만 했다. 그것은 관례였다. 그러나 도연명이 생각하기에 상관인 순찰관은 사람이 포악해 악행을 행하고 인품이 졸렬해 도무지 상종 못할 위인이었다.

순간 도연명은 고민했다. 지금의 면장자리정도나 되었을 그 현령 자리를 유지하면 오두미(나라에서 관리에서 주는 월급)를 받아 처자식들과 주린 배를 채우며 고된 일을 하지 않고 편히 먹고 살면서 백성들에게 관리로 대접받으면서 살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하여 그 현령 자리를 그만 두면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고 백성들은 아무도 그에게 고개 숙이지 않을뿐더러 또 고된 농사일을 해야만 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도연명은 주저하지 않고 바로 결정했다.
“어찌 글을 읽은 선비가 그깟 오두미(나라에서 주는 월급) 몇 말 때문에 사람 같지 않은 저 향리의 소인배에게 고개를 수그릴 수 있을 손가!”

도연명은 그날부로 관직을 자진 사퇴해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고된 농사일을 하면서 힘든 생활을 했다. 그때 고향으로 돌아가며 읊은 시가 바로 그 유명한 귀거래사인 것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렸어도 사람 같지 않은 하찮은 소인배에게는 절대로 고개를 수그리지 않는 것!’ 그것은 유학을 공부한 선비에게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러한 전통은 공자나 맹자가 왕이나 재상의 권력이나 부자의 돈이나 무력을 지닌 장군의 부당한 폭력에게 절대로 굴하지 않고 목숨을 걸고 굽힘없이 바른 말을 하면서 대항했던 정신의 표징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지위와 탐욕을 위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같은 부당한 군사 권력에게 빌붙어 아첨아부하며 악행을 밥 먹듯이 일삼고, 악덕 기업으로 소문 난 돈 많은 부자에게 알랑거려 그에게 일자리를 얻어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고, 세상의 허접한 명예를 가진 연예인 같은 자에게 아는 척해 그 힘을 빌려 호가호위(狐假虎威)하여 사익을 얻는 것을 단호히 거부했던 것이다.

이러한 유학적 전통이 선비사상으로 굳어졌고 그 선비들은 굽이치는 혼란한 역사 속에서도 굽힘없이 인간의 인간됨을 진작시켜왔고, 부당한 권력의 횡포와 탐학한 절대왕정이나 그에 기생하는 탐관오리들을 사납게 꾸짖어 왔고 나아가 그들을 징벌하여 새로운 역사를 활짝 열어젖히는 중차대한 역할을 견인해 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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