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있으셨는지요?

  • 입력 2015.06.22 13:51
  • 수정 2015.06.22 13:52
  • 기자명 이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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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신재 기자
▲ 이신재 기자
나주시가 민선 6기 시정 최대 목표인 ‘시민과의 소통’. 그 첫 단추를 끼웠다. 그 동안 소통에 있어 길고 긴 갈증을 느꼈을 법한 각계각층 나주 시민에게 이번 원탁회의 개최는 그야말로 가뭄 속 단비 소식이 아니었나 싶다.

고등학생서부터 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를 아우른 참석자들은 ‘소통’을 주제로 원탁이라는 다소 생소한 공간에서 새로운 얼굴과 마주하며, 소문난 잔치에 자리했다.
흥행성 측면에서는 첫 시도 치곤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성공여부를 평하기엔 무리가 있겠으나, 어찌됐든 유명 가수 콘서트나 축제도 아닌, 단순 토론회로 청사 대회의실 내부를 꽉 메울 수 있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전자투표기, 무선 웹 등을 활용한 새로운 기법의 토론 방식은 나름 신선했고, 탁자마다 차려진 풍성한 음식과 박수 소리로 미루어볼 때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시작이 좋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과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있었을까.
주어진 시간 안에 ‘나주시 시민소통 수준진단’과 ‘소통행정 활성화를 위한 전략수립’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듯 보였다. 전체적인 시간적 분배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식전 빠지지 않고 의례적으로 등장하는 내빈 인사 절차에 맥이 풀렸다. 그렇다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
던 것도 아니었다. 특정인을 호명한 감사 인사는 소통을 위해 모인 이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는지 글쎄, 의문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절차였을 어색한 이들과 긴장감을 풀기 위한 각종 레크리에이션은 시간 절감 때문인지 들리던 소문과는 달리 짧게 끝났다. 심지어 아예 동참 하지 않고, 화기애애해 보이는 다른 원탁을 멀찍이 바라보던 이들도 꽤 있었다.

지역 곳곳에서 모여든 시민을 무작위로 배치하여, 보다 폭넓은 의견과 새로운 소통을 유도해내겠다는 주최 측 의도는 바람직해 보였다. 허나 개인 사정을 연유로 일찌감치 자리를 뜨거나, 시작과는 달리 시간이 경과할수록 애초 토론의 방향을 잃은 듯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날 토론의 진행을 맡은 소통솔루션기관인 K스픽스 관계자들은 우리 지역 특성을 잘 헤아리고 있었는지, 잘 파악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다양한 의견 개진 이후에는 참석자의 공감 여부와는 상관없이 매번 진행자의 보충 설명과 내용 정리가 뒤따랐다. 때마다 소통실 관계자의 자문에 근거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의제설정 기준이 다소 모호해 보였다.

이에 선택받은(?)자들이 마이크를 손에 쥐었고, 민원 성향 짙은 이야기가 몇 차례 오고갔다. 마치 ‘각본 없는 연두 순방’ 자리가 연상됐다.

물론 이번 토론을 통한 긍정적 측면도 존재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나주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으며, 내부지역 감정문제와 청소년 소통 미흡에 대한 심각성을 통계상으로나마 체감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조력자, 촉진제라는 의미를 가진 ‘퍼실리데이터(Facilitator)’는 이날 원탁마다 배치된 토론 리더를 의미했다. 시민과 관 공무원으로 구성된 각 리더들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함과 동시에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리더들의 토론 경험이 쌓이고, 차차 보완이 된다면 앞으로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학생들의 고충도 잠시나마 청해 들을 수 있었다는 점, 참석자들의 연령분포도 비교적 고른 편이었다. 소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적 시선도 이 날 만큼은 무의미해 보였다.

이날 이후 SNS에는 이번 원탁회의에 대한 개개인의 다양한 평가와 노출된 여러 문제점에 대해 의견이 오고 갔고, 그 중 ‘다소 아쉽지만,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최소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이제 첫 단추가 끼워졌다.

본 기자는 요즘 육아 중에 있다. 아기 옷을 입히다 보면, 첫 단추만 중요한 것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나머지 단추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울고 보채는 통에 조급해져 단추 구멍이 빗나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다 해놓고도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려야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절대로 조급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시민소통실의 두 번째 단추가 주목된다. 아마 시민소통위원회 구성에 이목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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