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벗 한국정원

  • 입력 2015.07.06 11:05
  • 수정 2015.07.06 11:06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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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숙희 (고구려대 교수)
▲ 백숙희 (고구려대 교수)
우리의 옛정원은 당시 사람들에게 있어서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그들의 욕망과 정신세계를 상징적 수법으로 구현한 또 다른 성격의 생활공간이다.

선비 계층이나 왕공․귀족 등 상류사회 사람들에 의해 조성된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일반 민가에도 정원이 있었겠지만, 오늘날 그 원형이 제대로 보존되어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대부들의 정원의 경우에는 벼슬에서 물러난 뒤 낙향하여 조성한 별서정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정자나 누대를 중심으로 한 산수정원은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한국정원은 특별히 수목이나 경물을 정원에 옮겨다놓지 않아도 아름답고 풍요롭다. 때로는 필요에 따라 약간의 공작물을 들여놓아 인공을 첨가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연 순응적이다.

전통정원의 배후 사상은 유교사상, 성리학적 요소, 도가사상, 신선사상, 풍수사상이며 정원 속의 상징세계는 연못과 연꽃, 삼신산, 무산십이봉, 바위와 괴석, 지주충류석과 백세청풍, 유배거, 잉어 조각상, 두꺼비와 토끼 조각상, 은행나무, 소나무․대나무․매화 등을 들 수 있다. 소나무․대나무․ 매화는 세한삼우歲寒三友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시화에서는 물론 정원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수목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나무이다.

소나무는 장수의 상징물로 인식된 것은 예부터 전해지는 관습적인 이미지를 이어받았으며, 대나무는 속이 비어 있으면서도 군자의 인품에 비유될 수 있는 강인함․겸허․지조․절개 등의 특성을 갖추었고 실용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예로부터 동양인의 생활과 예술에서 불가결한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매화는 흰색을 기본형으로 하고 후각을 자극하지 않는 은은한 향기를 지니고 있어 매화의 생태적 특성이 선비들의 유교적 윤리관과 결합하여 의인화되고, 또 이상화되면서 정원수로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전통 정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은행나무는 공자와 관련되어 있는 나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옛 유학자들은 공자를 유교철학의 비조로 추앙했으며 공자의 학행과 덕행은 송찬頌讚의 대상이 되었다. 그들이 정원에 은행나무를 심었던 것은 공자의 행적과 사상을 상기하고 학생의 분위기를 위함이었다고 볼 수 있다.

나주시 금성관은 1994년도까지는 군청사가 자리한 곳으로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있다. 초록의 푸름을 주던 곳, 은행나무 잎 떨어진 노란포장 위를 거닐던 곳, 겨울이면 고무장갑 끼고 직원들과 눈싸움 하던 곳, 커피한잔 들고 친구와 인생을 이야기 했던 기억속의 장소이다. 한국정원은 “위로받고, 보듬어주고, 편안해지고 싶은 것이 정서이다. 고향에서 느껴지는 그리움과 추억들을 담고 있는 공간, 그런 곳이다” 정신적인 사상을 느끼게 하는 것, 향수가 바로 한국정원의 사상이라고 했다. 자연철학을 가진 임영재 가든 디자이너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정원이란 한정된 부지 안에 미관이나 실용을 목적으로 풀과 꽃, 나무, 돌 등을 인공적으로 배열하여 꾸민 장소를 말한다. 이것은 유럽을 비롯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등 감상할 만한 아름다운 자연이 없는 지역에서 형성된 정원 개념으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자연경관 자체를 인문 경관화하여 정원으로 삼는다. 산수간에 위치한 정자가 그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정자는 울타리 안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산수간에 위치하고 있다. 정자는 정亭이라는 글자가 말해주듯 잠시 머무는 장소인데, 산수간에 머문다는 의미에 더 큰 무게가 실려 있다. 정자는 사방이 활연히 트여 있어 주변의 자연 경관을 막힘없이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옛 사람들이 “천태만상이 털끝만한 것도 시야에서 도망하지 못하니 무릇 먼 경치를 바라보는 데는 정자만한 것이 없다”≪동국이상국집≫라 한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이렇듯 자연 경관이 정원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은 그 속에 정자가 있고, 그 정자 위에 오른 사람이 자연풍경과 교감하기 때문이다.

[정원관리 이야기]
무더운 여름을 준비하는 6월
1. 구근식물에 시간을 주다, 종자채종
봄에 피는 대표적인 튤립이나 수선화 같은 구근식물은 6월이면 꽃대를 제거해야 한다. 꽃이 지고나면 바로 자르는 것보다 잎이 양분을 만들어 모든 에너지를 구근에 두어 종자결실에 집중시킬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좋으며 잎이 2/3정도 말랐을 때 제거해 주면 좋다. 채종할 일부만 남겨두고 꽃대를 제거하는 것이 식물의 양분소모도 줄이고 영양생장이 잘되어 풍성하고 튼튼하게 키울 수 있다. 봄에 핀 꽃들은 씨앗을 떨어뜨리고 긴 휴면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깜빡하면 종자는 다 떨어지고 없을 것이며 또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종자채종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찰이 중요하다.

2. 꽃이 진 봄꽃 전정시기, 장마대비 수목점검
봄에 꽃이 피는 나무들은 꽃이 지고 난 후가 전정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이다. 지난해 자란 가지에서 꽃이 피므로 가을이나 겨울에 전정은 절대 금해야 하며 주변 식물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전정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장마가 시작할 테니 병충해에 의해 줄기가 피해를 입었거나 지주목이 필요한 나무가 있는지 잘 점검하면 큰 피해는 막을 수 있다. 특히 6월부터 발생할 흰불나방, 다양한 병해충 예방에 꾸준히 하다보면 건강한 식물들로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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