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통역사

  • 입력 2015.07.06 11:06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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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 떠도는 동영상 중에 오바마 대통령의 분노 통역사란 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언론인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디너쇼 형식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이다.

그 영상을 보면 지역 현안문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설명을 하면 코미디언이 통역사를 자청하며, 해당 문제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다.

비판하는 형식도 역정을 내면서하기 때문에 분노 통역사라 이름 지어 졌다.
기자회견장은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으면서도 현안을 비켜가지 않는다.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시종일관 여유와 유머를 잃지 않고 또박또박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다.

분노 통역사는 재치 있게 보충설명을 곁들이며 기자회견장의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영상을 보면서 민주주의의 확장성과 정치적 노련함에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 나주에서도 강인규 시장이 민선 6기 1주년을 기념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시청 이화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은 나주시가 자청해 일일이 언론인들을 초청해 이뤄졌다.

사전 질문지 유무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이날 기자회견은 말 그대로 일방적인 시정홍보의 장이었다는 것이 대다수 언론인들의 생각인 것 같다.

지난 1년의 성과를 홍보하는 영상이나, 강인규 시장이 직접 읽어나간 업적 위주의 기자회견문은 과연 이 자리가 소통을 강조하는 민선 6기의 기자회견장인지 의심케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자유롭게 의견이 오고가야 할 질의응답 시간은 강 시장의 다음 일정으로 인해 다급하게 마무리됐다.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야 하는 강인규 시장으로서는 바쁜 일정이었겠지만 왜 하필 그날 시간에 쫓기 듯 기자회견을 가져야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적어도 민선6기 1년을 되돌아보는 기자회견을 준비했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쌍방향의 소통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본다.

딱딱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분노 통역사 정도는 없더라도 최소한 사전 조율을 통한 충분한 소통의 장이 마련되었어야 한다.

행정에서 바라본 민선 6기 1년과 언론이 바라본 민선6기 1년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또는 어떤 이해와 요구가 있는지 충분히 논의되었어야 하는 자리가 되었어야 한다.

일방적인 시정홍보.
게다가 시간에 쫓기듯 급마무리 되버린 질의응답 시간.
오죽 했으면 참석한 한 언론인이 “기자들이 무슨 한가한 사람들도 아니고, 이렇게 하려고 기자들을 오라 가라 하느냐”고 역정을 냈을까?

민선 6기 2년을 맞이한 기자회견장.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처럼 분노 통역사는 아니더라도, 시종일관 여유 있게 강 시장과 언론인들이 허심탄회하게 시정에 대해 논하는 그런 장이 마련될 수 있을까?

행정의 눈높이가 아닌 언론인의 눈높이에 맞게 지난 시정을 평가해 볼 수 있는 그런 기자회견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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