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아저씨 이계철 옹

“국화는 외로움을 달래 줄 친구같은 존재”

  • 입력 2015.07.13 10:58
  • 수정 2015.07.13 13:58
  • 기자명 이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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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이계철(75) 어르신이 국화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4년 가을, 첫 회를 맞은 함평 국향대전에 부인과 나들이를 나섰을 때부터다.

은은한 향기를 내뿜으며,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자태를 뽐내는 국화분재의 매력에 이 옹은 순식간에 매료됐고, 그 해 함평 국화동호회 1기생으로 등록하게 됐다.

5천평이나 되는 과수원 농사도 뒤로한 채, 오로지 국화분재에 몰두했고, 이 옹의 열정과 정성스런 땀방울은 예상치 못한 결실로 다가왔다. 바로 2009년 함평국향대전 동호인대회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린 것이다.

 
 
국화 아저씨

“오메! 국화아저씨 오셨네요?, 참말로 신기하네. 어쩜 그런 재주가 있을까?, 너무 보기 좋소. 이 양반 손재주가 좋은가벼~ 덕분에 좋은 구경도 하게 생겼네 그려” 여기저기서 칭찬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계철 옹은 나주시 노인복지관을 오가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국화 아저씨’로 통한다. 복지관 정문 앞 옹기종기 모여 앉은 이 화분들은 모두 이 국화아저씨가 가져다 놓은 것들이다.

단순 화분이 아니다. 하나의 뿌리서부터 출발한 수 백여 국화 줄기들이 한반도를 뒤덮으며 경이로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다가올 가을을 애타게 기다리는 모양새다.

국화분재. 하나의 작품을 내어 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을지 실로 가늠하기 어렵다. 75세 장인의 손길은 저 멀리서도 빛이 난다. 누군가 시킨 적도 없는데 자비를 들여가면서 까지 국화아저씨는 오늘도 복지관을 찾아 귀한 자식 다루 듯 정성스레 국화를 어루만지고 있다.

 
 
친구
국화아저씨의 직업은 뜻밖에도 아파트 경비원이다. 또 왕곡면 신원4리 마을 이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경비원 근무를 격일제로 해오며, 피곤할 법도 한데 쉬는 날이면 늘 이 곳 복지관을 찾는다. 조만간 경비 업무도 그만 둘 예정이란다. 이후에는 복지관에서 국화를 가꿔나가며, 복지관 업무를 돕겠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복지관 프로그램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지. 나이 들면 갈 곳이 어딨겠어. 외롭지. 다들 같은 마음일거야. 여기서 많은 즐거움도 누리고, 더불어 좋은 시간도 보내면서..”

“조금이나마 받은 은혜를 갚는 차원에서랄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꽃 싫어하는 사람 없거든, 오고가는 사람들이 보고 좋아하면 나야 행복하지. 거동도 불편한 몸 이끌고 복이 곳을 찾는 이들에게 국화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지 뭐, 아무리 더워도 국화 가꾸다 보면 시간 가는지 몰라”

“국화는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 같은 존재야” 국화 아저씨가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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