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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삶과 환경에 감사하는 긍정 전도사 기병서 씨‘스마일 택배기사’의 행복한 택배 이야기
이신재  |  jae7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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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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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번의 고심 끝에 주문한 물건을 기다리는 이에게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 바로 “택배 왔습니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 이토록 반가운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마침내 네모난 선물 상자를 품에 안고 어린아이라도 된 것 마냥, 즐거워하는 찰나에 우리는 익숙한 그들과 마주한다. 무더운 날씨, 이른 오전부터 때 아닌 산타클로스가 연신 흐르는 땀을 훔쳐가며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루돌프 썰매가 아닌 트럭 짐칸에 택배 상자를 가득 싣고, 그들은 굴뚝이 아닌 대문으로 때로는 아파트 경비실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드나든다.

“안녕하세요!” 우렁차고 밝은 목소리로 중앙로 상가 곳곳을 누비며, 유난히도 밝게 웃는 한 택배 기사가 있다. 송월동에 거주하는 기병서(43)씨다.

   
 
20년 전, 가스 배달 기사 활동을 시작으로, 지금의 택배와 인연을 맺게 된 그는 현재 나주에서 꽤 유명한 인물로 통한다.

특히 상가가 밀집된 중앙로 일대에서는 그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 무거운 상자를 어깨에 메고 가면서도 그는 특유의 웃음을 잃지 않는다. 물건을 전달받는 상가주도 웃는 병서 씨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기분이 좋다.

“대통령 표창감이지. 저리도 친절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나주에 있으려나 몰라. 상을 주려면 저런 사람을 줘야지. 암 그렇고 말고, 저 사람 보고 있으면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져” 한 상가주가 병서 씨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날마다 보는 분들인데 기왕 인사할 거면 제대로 해야죠. 요즘 중앙로 상가도 예전 같지가 않아요. 비어있는 상가들이 자주 눈에 띄고.. 경기 침체에 혁신도시 영향 때문인지.. 이 분들도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그럴수록 더 밝게 더 긍정적으로 힘내서 살아야죠. 사람의 첫 인상은 인사만 잘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생각해요. 전 그래요”

   
 
긍정 에너지로 똘똘 뭉친 병서 씨 모습에는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 20대 초반, 그러니까 병서 씨 나이가 스물 셋이던 그 해, 해병대 전역 후 보름 정도 되던 그 날의 기억이다.

돼지 축사를 경영하는 아버지를 줄곧 도와왔던 병서 씨. 작업도중 가축의 사료를 만드는 기계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며 오른쪽 손을 잃게 됐다. 이후 대학병원에서 접합 수술과 더불어 수차례 치료를 받았지만, 회복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고.

개인에게는 매우 예민한 부분이기에 대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건만, 오히려 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 담담히 말했다.

“퇴원 후에는 트럭에 과일을 싣고 다니며, 수박 장사도 해보고, 겨울에는 붕어빵 장사도 해보고 했는데 맘처럼 잘 안됐어요. 그러다가 친구를 통해 가스배달기사 구인 광고를 접하게 됐고, 당시 면접자리에 의수를 착용하고 갔던 기억이 있네요. 그때는 면접관이 의수였는지 몰랐나 봐요. 출근 이후에 제 손을 보더니 깜짝 놀라더군요. ‘일단은 출근은 했으니 일은 해봐라’ 식이였는데, 그만큼 더 열심히 했어요. 처음에는 좀 서툴렀죠. 질질 끌고 다니기도 하고 별에 별 방법을 동원해서 일했지만, 그래도 힘든 것은 없었어요. 직업이잖아요. 재미있게 일했어요”

   
 
“살면서 단 한 번도 장애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그냥 그렇게 살아왔어요. 장애라 생각하면 장애가 되는 거잖아요. 그냥 주어진 삶과 환경에 감사하며 살아왔어요. 제가 다니는 교회 담임 목사님께서 설교 때마다 늘 하시는 말씀을 가슴에 품고 삽니다. ‘하나님은 늘 나와 함께 계신다’는 말씀이죠. 혼자가 아니라는 거예요. 가끔 힘이 들 때 이 말씀을 생각하면 큰 힘이 되요. 기왕 일을 할 거면 밝고, 긍정적으로 해야 저도 상대방도 행복해집니다”

도시가스 보편화로 가스 배달 수요가 감소될 즈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그는 지인의 권유로 택배업에 종사하게 됐고, 당시 택배회사 사장의 소개로 평생을 함께 할 배필을 만나게 된다. 부인은 현재 그가 근무하고 있는 택배회사 사장의 사촌 여동생이라며, 병서 씨는 “택배를 통해 직업과 가족을 다 얻은 셈이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부인도 두 달 전부터 타 업체 택배기사로 활동 중이라는 사실. 이제 보니, 이들은 금실 좋은 택배 부부다.

   
 
“아내한테 힘을 많이 받아요. 서로 같은 직업에 있다 보니 통하는 것도 많은 게 사실이죠. 고충도 서로 털어놓고. 하루 일과 시간도 비슷하니, 이보다 좋은 맞벌이가 또 있을까요. 뙤약볕에서 고생하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니, 가끔은 안쓰럽기도 하지만 늘 전화하면서 서로 고생 많았다 격려해주고 그래요”

그는 앞으로 10년은 더 택배 기사로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오늘도 그의 어깨에는 박스가 들려있다. 하루라도 한가할 날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이지만, 지금의 바쁨이 그는 무척이나 행복한 얼굴이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우리는 늘 고마움을 잊고 살아갈 때가 많다. 오늘 하루도 무거운 상자를 들고 집 문 앞과 경비실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고마운 그들에게 따스한 인사 한마디 건네 보는 건 어떨까 싶다.
“항상 수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운전 조심하시고 사고 없이 무탈한 하루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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