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를 해석하는 방법

  • 입력 2015.08.10 11:45
  • 수정 2015.08.10 11:46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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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국민들이 선택한 압도적인 반대 투표에도 불구하고 협상안은 달라진 게 없다.

긴축재정을 통해 빚을 갚으라는 유럽 금융기관들의 위협만 있을 뿐이다. 그리스는 민주주의와 올림픽의 발상지이며 신들의 나라로 불리는 찬란한 역사를 가진 나라답지 않게 체면이 말이 아니다. 어쩌다 빚쟁이들에게 쪼들려 국가 부도사태까지 왔을까 해석이 분분하다.

요즘 정치인이나 전문가라는 사람치고 그리스 사태를 두고 한마디씩 안하는 사람이 없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복지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는 것이다.

SNS에서는 이런 정치인의 반응에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전문가 논평이나 언론에서도 그리스 사태의 원인을 유로존 통합과 방만한 재정운용, 취약한 산업구조와 부정부패 등 다양한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진짜 그리스 사태의 원인은 무엇인지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복지문제와 결부되면 이상하게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무상급식과 보편적 복지논쟁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일 것이다.

또한 정치적인 이슈를 통한 이념적인 색깔로 올바른 판단이나 생각을 왜곡시키는 경향도 한몫을 하고 있다. 오히려 진지한 토론과 논쟁은 학습효과를 가져와 바람직할 수도 있다. 최근 미국경제의 장기침체가설을 두고 두 거물들이 공개적인 논쟁을 벌이는 모습은 보기 좋다.

두 인물은 프린스턴대 교수를 지낸 벤 버냉키 전 FRB 의장과 재무부 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이다. 상대방을 맹렬하게 공격하면서 사용하는 이론적인 근거와 경험치들은 국민들에게 많은 학습을 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의 회복을 위해 금리 인하나 양적완화 같은 통화정책이 유효한지, 아니면 정부 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정책 논쟁이다.

두 사람 모두 해결 방법은 다르지만 핵심은 이자율 하나이다. 치열한 이론적 공방으로 학문과 정책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도 복지논쟁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정치적 관점을 배제하고 순수한 정책적 관점으로 살펴봐야 한다. 우리가 항상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될 개연성은 정치적 입장과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여당이면 보수적이라든지 야당은 좌파라든지 하는 것들이다.

그리스 사태는 어쩌면 100년 전부터 예견된 일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씩이나 놓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의 책무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 수 있다. 그리스 위기는 여러 가지 원인과 이유가 복합적으로 결부되어 있지만 가장 큰 책임은 정부와 정치인이다.

그리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의 패권주의도 자유로울 수 없다. 복지문제는 현실적으로 경제문제와 결부시켜 판단하기 일쑤이다. 또한 경제의 주요문제는 결국 정치적 판단으로 결판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그리스 위기를 두고 해석은 너무나도 다르다. 물론 다르다는 것은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옳고 그름은 가려진다.

그리스 사태가 연금지출과다 등 복지비용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위기의 모든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치인이나 언론에서는 정치적 입장과 이념적 잣대만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그리스는 빚 갚을 능력이 별로 없다.

2010년 국가부도 상황에서 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존을 탈퇴했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많다. 독일을 비롯한 채권단들이 배수진을 치고 있지만 속으로는 고민이 많다.

원칙대로 부채상환을 요구하는 것도 어렵고 부채를 탕감해주자니 또다른 채무불이행의 도미노를 걱정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그리스를 너무 몰아세우다가 유로존 탈퇴하고 러시아와 가까워질까봐 걱정한다. 21세기 자본론의 저자 토마 피케티는 독일에게 경고하고 있다.

그리스를 압박하지 말라. 부채를 과감하게 탕감해주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부채탕감은 있어왔고 운명을 함께한 이웃형제라면 그것이 맞다는 것이다. 이렇듯 그리스 사태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차이가 있다.

아무튼 가장 큰 피해자는 그리스 국민이다. 게으르고 일하지 않으면서놀고 먹는다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고통의 나날을 언제까지 보내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정작 그리스 위기를 책임져야 하는 정부와 기득권 정치인들은 부정부패와 복지의 수혜자들임에도 말이 없다. 그리스의 교훈을 제대로 학습한다면 우리의 복지논쟁도 보다 건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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