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가르쳐 준 그길

  • 입력 2015.08.17 13:54
  • 수정 2015.08.17 13:55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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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찌는 듯한 무더위를 커다란 정자나무가 있는 아래서 땀을 식히는 순간, 푸른 열매를 보며 언제 열매가 익을까 기다리는 순간이 있다. 나무는 우리 삶의 작은 쉼터라 생각한다.
 
힘들고 괴로울 때 지친 몸을 기댈 수 있게 자신을 내어 주는 그런 쉼터가 아닌가 싶다. 무심히 지나치던 나무들을 새롭게 바라보며, 나무에서 인생을 배운다. 이 땅의 모든 생명체(꽃, 나무, 새, 동물 등)와 더불어 살아가면서 삶의 가치들을 배운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는 말은 나무 사회에서만 통하게 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저마다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루살이 같은 삶, 내일이 보이지 않는 삶이라 하더라도 분명 살아가는 이유가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 가치를 알고 있을 때, 그 것이 자신을 지키고 세상을 지키는 길이 된다.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나무들은 자기 자리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을 너무도 잘 터득하고 있다. 남과 비교하여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삶만을 두고 거기에만 충실 한다.

명자나무의 명자 꽃은 이른 봄에 피어나는 숨어서 피는 꽃이라고 한다. 꽃이 왜 안 필까 살펴보면 언제 그렇게 피었는지 잎 밑에 가려진 붉은 꽃잎이 눈에 들어온다. 옛날에는 그것이 사람 마음을 홀린다하여 명자나무를 집안에 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과년한 딸이 있는 집에서는 더욱이 그랬는데 명자 꽃 모양새를 보다보면 어느새 문 밖 출입을 한다는 거다.

모과나무는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 망신은 모개(과)가 시킨다“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이 미끈한 갈색 수피를 가진 나무를 보고 이렇게 예쁜 나무에선 어떤 열매가 맺힐까 궁금해 자기 집 앞마당에 옮겨 심었는데, 가을에 열린 못생긴 열매를 보고 기절할 듯 놀랐다고 한다.

홧김에 베어 내려다가 문득 열매 향을 맡았는데 그 달콤한 향기에 또 놀라고, 옳다구나 싶어 한입 깨물었다가 그 떫은맛에 펄쩍 뛰며 놀랐다. 이렇듯 모양에, 향기에, 맛에 세 번 놀란다는 말이 꼭 따라 다닌다.

자귀나무는 밤이 되면 양쪽으로 마주 난 잎을 포개고 잠을 잔다. 재미있는 건 잎들마다 서로 맞닿아 짝을 이루는 특성 탓에 옛날엔 자귀나무를 신혼부부 집에 선물하기도 했단다. 사람들은 봉황의 깃처럼 화려한 꽃에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회화나무는 예로부터 충절을 지키는 공신, 선비의 풍모에 비유되어 왔다. 특히 양반집에서는 회화나무를 심어야 큰 인물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마당 한 곳에 회화나무를 심었다. 정갈하고 대쪽 같은 성격 탓에 잡귀신은 감히 다가서지 못하고 대신大神만이 쉬어 가는 나무라한다.

밤나무는 옛말에 인종지덕 목종지패 人從之德 木從之敗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사람을 키우지만 큰 나무는 작은 나무를 키우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몸통을 곧추세우고, 양 옆으로는 힘닿는 데까지 무한정 가지를 뻗는 밤나무는 그 밑에 절대 다른 나무를 키우지 않는다. 하늘의 햇볕을 독불장군처럼 저 혼자 독식하기 때문이다. 그 가지 생김새 하나하나를 보아도 거침이 없다.

자작나무의 하얀 수피를 조심스럽게 벗겨 내 그 위에 때 묻지 않은 연정의 편지를 써서 보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루지 못할 사랑일수록 자작나무로 만든 편지가 힘을 발휘한다는 하얀 자작나무는 어느 시에서 표현한 것처럼 ‘나무의 여왕’ 그 자체이다.

사위질빵은 옛날 풍습 중에는 사위를 불러다가 추수를 돕게 하는 예가 있었다. 귀한 사위에게 시킨 일이니 그게 힘들어 봐야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지만, 일꾼들 틈에서 땀 흘려 일하는 사위를 보다 못한 장모가 다른 일꾼들 눈을 속여 가며 사위 등에 올려진 짐들을 슬쩍 덜어 내곤 했다.
 
그걸 본 일꾼들이 약한 사위질빵을 가리키면서 “이걸로 지게 질빵을 만들어도 안 끊어지겠다”며 사위를 놀렸다고 한다. 그 뒤부터 잘 끊어지고 연약한 덩굴을 사위질빵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 있는 녹색 빛 여유로움을 주는 나무와 친구 하면서, 나무가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나무들은 각박한 우리 삶에 작은 위안을 준다. 큰 나무뿐만 아니라 작고 하찮은 풀 한 포기까지 어느 하나 사연 없는 게 있을까.

[정원관리 이야기]
한 여름 공생하는 생태계
여름철 무성한 잡초는 열악해진 통풍환경과 고온의 날씨는 이미 뿌리의 세력이 약해진 초본류를 쓰러지게 만들거나 녹아서 고사하게 만든다. 그래서 힘들지만 제초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병충해가 그렇듯 초기에 방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원은 작은 생태계 시스템이 있는 공간이므로 가능한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환경을 위하는 길이 아닌가 한다. 다양한 친환경적인 방법을 이용하거나 대량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적합한 약제를 용법과 용량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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