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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도시의 미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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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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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향 학예연구사
제 유물이에요

“역사는 만드는 자의 것이 아니라 기록하는 자의 것이다”
기록의 중요성을 언급할 때 자주 사용되는 문구이다. 개인도, 단체도, 도시도 결국 기록을 통해 자신들의 자취를 남기게 된다. 고고학이 전공인 필자는 가끔 실없는 상상을 한다.
 
많은 유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고분을 볼 때마다 화장이 유행하고 수의 한 벌 입고 땅속에 묻히는 요즘의 장례문화를 접하면서 나중에 고고학자들은 어디서 연구자료를 얻어야 할까라는 지극히 고고학 관점의 생각을 말이다.

주거문화가 바뀌면서 아파트로 이사할 때 우리는 허물 벗듯이 옛 것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억과, 또한 나주의 역사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초등학생 아들 녀석의 낡아진 실내화를 보고 이제 버리자고 했더니 녀석이 “놔두세요. 제 유물이에요. 제 추억이 담긴 것이니까요.”라고 말하며 신발장에 고이 간직해 놓는 것을 보며 웃었던 적이 있다. 하루하루가 역사이고 추억인 우리의 삶이 모여서 이루어진 나주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기념해갈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본다.

나주의 유물이란?

박물관에 가면 많은 유물을 보게 된다. 저마다 사연이 있을 터이고 우리에게 수많은 말을 걸어온다. 토기를 보면 빚었던 사람의 손길, 사용했던 사람의 움직임, 토기가 땅속에 남게 된 사연들이 궁금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물’이라는 단어에서 거창하고 역사적인 무엇인가를 떠올린다. 그런 것만이 유물이 되고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것이리라. 인물도 마찬가지이다. 높은 벼슬을 하고 뚜렷한 업적을 남기고 훌륭한 인품으로 만인의 존경을 받았던 사람을 인물이라 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선양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주를 만들고 지탱하고 키워온 것은 모든 나주인들이다. 이들의 이야기와 이들이 삶 속에서 남긴 모든 것이 유물이 되고 나주의 역사가 된다. 나주를 기록하고 나주를 이야기하고 나주를 보여주고자 할 때 꼭 적용해야 할 기준이 바로 보통의 나주사람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에 유물이 있을까?

만약 누군가 당신 집에 있는 유물을 보여 달라고 했을 때 무엇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대부분 “우리집에는 유물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어요”라고 답할 것이다.

집집마다 선조들이 있고 유물이 있다. 대표적으로 사진, 그 집만의 사연이 담긴 특별한 물건이나 기록물, 그 집안의 인물과 관련된 이야기나 물건 등 다양한 것이 해당된다. 여기서 ‘인물’이란 예를 들어 유독 부지런해서 집안을 일으킨 분, 일기를 남긴 분, 유머가 풍부해 에피소드를 많이 남긴 분, 유난히 키가 컸거나 씨름을 잘했거나 등등 가족들 사이에서 우리 집 인물이라고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제 나주 문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모든 나주사람에게서 유물을 끄집어내야 한다고 본다. 나주에 살고 있거나, 떠나 살고 있거나, 뿌리를 나주에 두고 있는 모든 사람이 해당된다. 거창하고 특별한 것이 아닌 나에 관련된 유물과 이야기, 나아가 나의 집,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관련된 유물과 이야기가 모아지고 저장되고 전시되고 전승되고 확대 생산되어야 한다.

유물을 모아 봅시다.

유물수집운동은 대개 박물관 건립 등 실체적 사업을 앞두고 전개된다. 뭔가 눈앞에 보이는 계기가 있어야 움직이게 되는 세상이치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이야기한 모든 나주 사람들의 유물은 항상, 또 끊임없이 모아져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흩어지고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시작되어야 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록물, 기억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 어디서 어떻게 누가 시작해야 할까? 바로 지금부터 시민과 출향 향우 모두가 참여하는 유물수집운동이 시작되어야 함에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실천이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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