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팔관회, 나침반 잃고 표류하나

관점도 없고, 책임자도 없고 ‘허송세월’

  • 입력 2015.10.05 11:25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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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8대 임금인 현종이 1010년 거란군의 침입으로 나주로 몽진왔다가 돌아간 후 나주를 개경에 버금가는 지위를 주고자 팔관회를 개최하도록 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 나주의 새로운 역사관광문화 브랜드 개발목표로 추진해 온 팔관회 사업이 좌표를 잃고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나주시는 2013년부터 이듬해인 2014년까지 7천여만원을 들여 나주팔관회를 주제로 기본학습연구용역을 발주했다.

3년째인 올해는 2년 동안 진행되어 온 기본학습용역결과를 토대로 1억원을 편성, 실행계획용역을 발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예산만 세워놓고 용역발주를 미뤄오다 시간에 쫒겨 사업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사실상 발주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진 셈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나주팔관회에 대해 나주시가 개념정리부터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나주시 관계자는 팔관회가 진정 나주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국제적인 문화관광상품으로써 미래지향적인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특정 종교만의 행사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고, 부산 범어사에서 10년 넘게 팔관회 행사를 주최하고 있는 것도 부정적 요인이라는 입장이다.

올해 1억이라는 실행계획용역을 세우긴 했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어서 숨고르기 차원의 딜레이로 봐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하지만 나주시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정작 전문가들은 배체한 체 나주시 공직자들의 생각으로 편성된 예산을 유보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팔관회를 바라보는 나주시와 그 동안 기본학습연구용역을 맡아왔던 전문가들의 입장이 달라 정권이 바뀌면서 나주시의 일관성이 없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직면하게 됐다.

기본연구용역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나주팔관회는 호남지역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문화행사로서의 역사성과 함께 특정종교 행사가 아니라 국제박람회로서의 특성도 가지고 있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나주만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나주시가 배척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나주시는 지난 9월말 강인규 시장을 비롯해 관계 실과장들이 모여 팔관회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간담회를 갖고 잠정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역사성과 국제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역사자원에 대해 검토하면서 전문가를 배체한 채 공무원들끼리 논의한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납득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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