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사업작풍이라고”

  • 입력 2015.10.12 12:49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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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대선 슬로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라고’였다.
바보라는 비하적인 용어를 대선 슬로건으로 쓸 수 있다는 미국인들의 열린사고를 엿볼 수도 있는 사례지만 정작 주목해야 할 점은 ‘관점의 이동’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도 최대 이슈는 당연 안보문제였나 보다.
우리나라 역대 여당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안보’라는 이슈가 미국 대선에서도 공고하게 유권자들의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 와중에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가 “바보야 문제는 경제라고” 슬로건을 내걸었을 때 유권자들의 관점은 이동됐다.

‘안보’라는 공고한 프레임을 충격요법을 통해 ‘경제’프레임으로 바꿔치기에 성공한 사례다.
이렇듯 그 시대를 관통하는 공고한 틀 또는 시대정신은 관점의 이동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어느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공여부가 달라지고 그에 따른 평가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위 사례는 현재 나주가 전문가 프레임에 갇혀 있지는 않는지 돌이켜보자는 취지로 언급했다.
도시재생을 비롯해 나비센터, 수련관 등 나주시에서 추진하거나 위탁하고 있는 각종 용역사업들이 대부분 전문가들(?)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

왜 지역주체는 없거나 극소수인지 들여다보면 전문가들이 없다는 논리가 곧바로 튀어나온다. 준비주체가 없거나 감당할 자체 역량이 없다는 답변에 딱히 할 말이 없다.

하긴 일반 시민이나 시민단체가 역사나 문화, 또는 복지 등에 경험이 있거나 일명 스팩(spec)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주시가 발주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전문분야 사업은 대부분 전문가라는 프레임에 의해 외지인들이 자리 잡고 추진하고 있다.

물론 외지인들이 한다고 해서 무슨 큰 잘못이라는 논리는 아니다.
당연히 우리가 갖지 못한 전문역량은 외부 수혈을 통해서라도 추진해야 맞고 우리끼리 다해야 한다는 논리 역시 패쇄적인 우물 안 개구리 논리다.

다만 전문가 프레임에 나주시 행정이 놀아나지 말라는 충고를 하고 싶어서다.
나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전문분야의 각종 용역사업이나 위탁사업에 대해 전문가 중심의 사고가 아닌 지역중심, 시민중심의 프레임을 짜라는 이야기다.

지금처럼 전문가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지역민은 철저하게 대상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용역기간이나 위탁기간이 끝나 지역을 떠날 땐 사업과 함께 행정이 추진했던 사업도 끝난다.

지역민을 철저하게 대상화한 사업은 그렇게 아무런 성과를 남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디 가더라도 지역민들과 함께 처음부터 판을 짜고 실패도 함께 경험하고, 성과도 함께 누려야 한다. 도시재생이든 나비센터든 최종적인 목표점은 공동체 실현에 둬야 한다. 지역민들에게 공익적 사고를 경험하게 하고, 공동체 일원으로서 어떤 의무와 역할이 필요한지 사업을 통해 배워야 한다.
궁극적으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치역량을 배우는 훈련의 장 또한 되어야 한다.

이솝 우화에도 나온다는 속담을 돌이켜보자.
참다운 지도자(전문가)는 “밥을 짓는 법을 가르쳐 주지, 밥상을 차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도시재생이든 나비센터든 일명 전문가라는 미명아래 나주시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의 사업방식이 지역민들에게 밥을 짓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는지 아니면 밥상 차려놓고 와서 드시라고 하고 있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나주시가 어렵게 국비까지 확보하면서 원도심을 위해 도시재생을 위해 중앙부처를 찾아다니며 특구를 지정하고 온갖 명목과 네이밍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왜 도시재생이 지역주민을 중심에 둬야 하는지 근본적 원인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왜 이 말을 타이틀로 걸었는지 이해할 듯 싶다.

“바보야! 문제는 사업작풍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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