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그랬어요”

  • 입력 2015.10.19 14:29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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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영화로 등극한 ‘베테랑’이라는 영화에서 재벌3세 조태오가 나즈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뱉은 말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법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러한 논리를 나주시에 대입해보고자 타이틀을 이렇게 잡았다.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그랬어요”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나주시는 지난해 강인규 체제가 출법하면서부터 역사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도시재생과 폐산업재생사업 연계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원도심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중 나비센터의 경우 총 49억(시비 25억)을 들여 옛 나주잠사를 리모델링하고 이곳을 나주 역사와 문화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동신대 김경주 교수를 총괄기획자로 아래 직원 4명이 매달 1천2백여만원의 급여를 받아가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방식이 어떠하든 정상적인 공모절차를 거쳐 위탁사업자로 선정됐으니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 전문가라는 명목으로 광주에 주소지를 둔 외지인들이지만 이 또한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초 나주시가 계획한 나비센터 설계 공모에는 총괄기획자, 문체부 컨설팅단, 시민, 사회단체, 의회 등의 의견을 거쳐 설계안을 작성하고 공모로 설계업체를 선발키로 했으나 이 또한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일반 시민이나 시민단체 또는 의회가 나비센터에 대해 어떤 공론화 과정을 거쳤는지 혹은 전혀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는데도 문제를 삼지 않고 있는지 논의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또한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역으로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그랬어요”에 기대기로 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대부분의 사업에 나주시민이나 지역사회가 철저히 들러리(대상화) 됐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주시가 내년에 추진하려고 하는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에 현재 나비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이 또 다시 주체로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요구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이 선정될 경우 나주시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동안 국비 15억, 시비 22억 총 37억을 들어 문화사업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

또한 나비센터 리모델링 공사 발주와 관련해서도 얼마나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시민들의 이해와 요구에 대해 얼마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지, 심사과정부터 심사결과에 대해 얼마나 공개적으로 발표할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시민들의 무관심속에 수십억의 예산이 어디에 쓰이는지, 어떻게 쓰이는지, 그렇게 거액의 시비가 향후 어떤 결실을 맺을지, 생이 다하는 날까지 지역을 지킬 수밖에 없는 주민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지 따지고 싶기 때문이다.

나주시가 믿고 의지하고 있는 자칭 문화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제외한 또 다른 문화 전문가들은 이렇게 조언한다.

나주시가 그렇게 열망하는 도시재생은 건물 몇 개 짓는다고 되지 않는다는 것. 전국의 유명한 강사가 와서 아무리 좋은 강연을 한다 해도 그것이 지역민들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정한 도시재생은 지역주민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진정한 주인으로 자리 잡을 때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각설하고 나비센터가 됐든 도시재생이 됐든, 제발 지역주민들을 자신들의 사업 대상으로 여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신들이 마치 전문가라는 미명아래 무엇을 베푼다는 시혜자적 사고도 버렸으면 좋겠다.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그랬어요”
계속 문제를 삼을 예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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