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도시의 미래 6

  • 입력 2015.10.19 14:33
  • 수정 2015.10.19 14:34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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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향 학예연구사
▲ 윤지향 학예연구사
우리들의 극장

나주시가 한국영상자료원과 손잡고 ‘2015 찾아가는 영화관 사업’을 시작한다. 영화관이 없는 지역에 영화를 들고 직접 찾아가 영화로 행복을 나누며 문화의 목마름을 달래는 사업이다. 다행히 수년 전부터 나주시가 CGV와 손을 잡고 문화예술회관에서 최신영화를 상영하면서 개봉작을 나주에서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리고 있지만 아직도 영화를 보는 것이 일상사가 되지 못하는 우리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많이 계시는 것이 나주의 실정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나주에는 극장이 3개나 있었다. 나주극장, 중앙극장, 영산포극장. 이름만 들어도 그때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어른들이 많이 계실 것이다. 영화표가 없어 화장실로 들어가다 붙잡혀 혼이 난 사람, 기도를 보던 무서운 아저씨가 생각나는 사람, 멋진 영화간판에 그려진 배우 얼굴을 보며 짝사랑을 키우던 사람, 유명한 가수의 무대공연을 보던 그때 그 시절, 사연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들의 극장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 영화관이 없는 지역이라 ‘찾아가는 영화관 사업’을 유치할 수 있는 영화소외지역이 된 것이다.

극장이 없는 사람들

이번 찾아가는 영화관 사업은 10월 20일부터 5일간 읍성권, 영산포권, 남평읍, 다도면, 반남면 등 5개 지역에서 진행된다. 이번 사업은 영화로부터 소외된 실버세대들을 위한 것이다. 상영작은 1980년대 남녀노소를 울리던 흑백영화 ‘미워도 다시한번’이다. 나주의 어르신들과 한국영상자료원의 자문을 얻어 선정된 작품이다.
전국의 실버세대들이 꼽은 다시 보고 싶은 영화로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지금 세대들에게는 줄거리도 신파적이고 매력적인 요소가 그다지 없어 보이지만 당시에는 이 영화로 울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란다. 지금의 우리는 그다지 실감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영화를 통해 꿈꾸고 감성을 키우고 유행을 향유하던 당시 사람들의 아날로그적인 이야기가 왠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최근 빛가람동 이전기관 직원들이나 서울에서 이주해온 주민들을 만나 보면 영화관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영화가 시대를 읽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문화 트랜드를 읽어내는 아이콘이 된 요즈음 가까운 곳에서 개봉작을 보고 싶은 욕구는 당연한 것이다. 물론 이들은 최신 시설을 갖춘 멋진 극장을 원한다.

나주문화예술회관이나 광주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편리하게 영화를 보고 싶은 것이다.
읍성권에는 여전히 나주극장이 남아 있다. 물론 영화필름을 돌리는 영상기사도, 간판을 그리던 화가도 없다. 그저 건물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이 극장은 1930년대에 나주 최초로 만들어져 나주인들의 추억 속에 강하게 남아 있는 당시 최고의 문화장터였다. 특히 변사를 하던 성방명씨는 일본 유학파로 실력과 재치를 겸비한 것으로 유명했던 사람이다. 그의 입담이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을 정도이니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그때 그곳으로 가보고 싶어진다.

극장을 꿈꾸는 사람들

우리는 오래된 도시에서 어떤 문화를 향유하고 있을까? 또 어떤 문화를 향유하기를 원하고 있는가? 문화의 영역은 너무나 다양해서 모두 열거하기 힘들지만 영화를 통한 문화향유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터이다. 그런데 여기서 함께 고민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영화라는 문화매체를 통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
 
물론 지금 나주시가 추진하는 도시관광활성화사업 중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위탁해서 추진 중인 도시인문학 콘서트 사업 중에는 ‘읍성 서성벽 이야기’를 주민들이 연극배우가 되어 풀어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 연극을 상영하는 장면을 가슴 설레며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은 어쩌면 오래된 도시를 지키고 가꿔온 우리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연극으로 만들어 오래된 우리들의 극장에서 울고 웃을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공동체 회복과 문화 향유가 어디 있겠는가?

오래된 극장을 가져보는 것이 소원이다. 나주시는 내년에도 후년에도 ‘찾아가는 영화관’ 간판과 영사기를 들고 오지 벽지를 돌아다닐 계획이다. 이를 통해 문화행복을 공유하고 공동체를 지켜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주에 나주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복지관에서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을 보며 젊은 시절 흠모했던 배우들의 늙지 않은 전성기 시절 얼굴을 보며 자신들의 청춘을 그리워할 것이다. 그들의 지나버린 꿈을 극장에서 만나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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