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호, 새로운 관광선vs미운오리새끼

6억6천6백 들인 철선 등장, 시민들 갸우뚱

  • 입력 2015.11.16 12:50
  • 기자명 이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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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광선으로써 인기를 이어갈 것인가, 영산강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할 것인가”
올해 나주 관광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던 영산강 유람의 새로운 관광선이자 철선인 ‘영산강 호’를 바라보는 나주시와 시민들의 상반된 시선이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5일, 나주시는 영산포에서 승촌보까지 10km 구간을 최고 속도 15노트(시속 26km)로 30분에 걸쳐 운항이 가능한 영산포호(83인승)의 취항식을 갖고 본격 운항에 돌입했다.

영산강 황포돛배 관광은 올해 영산포 홍어축제를 비롯해 전국 유일 선상 국악공연이 펼쳐지는 시티투어 ‘나주로 마실가자’ 프로그램의 흥행에 힙 입어 지난 10월까지 황포돛배 이용자가 27,500여명을 넘어서며, 작년(2014년-13,364명)대비 200%가 넘는 수치를 기록해 명실공이 영산강 대표 관광 상품으로 발돋움 했다.

이에 탄력 받은 나주시는 영산포~승촌보 장거리 구간을 빠른 시간 내에 오갈 수 있고, 매점과 선실, 화장실(1층 객실), 선상공연장을 위한 공간(2층 객실) 등 관광객들이 누릴 수 있는 다양성과 편의성이 추가된 철선을 새롭게 제작·도입함으로써 새로운 관광 수요에 대비하고, 해당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유지보수비용 등 관리가 만만치 않던 기존 목선(왕건호 등)에 비해 관리가 용이한 철선이 향후 예산적 측면에 있어 효율적 운영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다수 시민들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는 모양새다.

영산강으로 흘러오는 바닷물 길을 따라 생필품을 실어 나르던 옛 황포돛배를 재현한 2척의 황포돛배(빛가람 1,2호)를 비롯해, 고려시대 배 모습을 복원하며 나름대로 그 시대의 위엄을 갖춘 목선인 왕건호 등 기존 목재로 된 유람선이 영산강 일대 자연경관과 조화롭게 어우러졌던 것에 비해 철선구조의 영산강 호가 현재 영산강 일대 배경과 과연 어울리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물론 지난 1977년 하굿둑 착공으로 영산포에서 마지막 배가 떠난 후, 38년 만에 현대식 배가 영산강 옛 선착장에 재등장했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순 있겠지만, 관광 목적의 유람선이라는 점 외에는 그동안 영산강 비단물결을 한적히 누비던 목선들과의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특히 황포돛배 선착장에 말 그대로 ‘돛 없는’ 배가 들어서자, 황포돛배라는 영산강 배 역사의 고유 명칭이 이제는 유명무실한 처지에 놓여있다는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시민 김 모(40. 남)씨는 “철선을 영산강에 들여온 것은 황포돛배 선착장이라는 관광 메리트를 현격히 저하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한강에서나 볼법한 유람선이 영산강 주변 경관과 과연 어울릴 것이라 생각한 나주시 행정의 의도가 궁금하다”며, “행정의 연속성이 전혀 없는 것 같다. 황포돛배, 나주호, 왕건호는 목선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철선이라니, 영산강에 미운오리새끼도 아니고, 기존 배들과 조화가 된다고 생각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마치 바다 위에서 조업하는 어선 같기도 하고, 6억이 넘는 예산이 무색할 정도의 투박한 형태다”고 평가절하했다.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적자 운영’ 사이를 오가는 ’두 얼굴의 양면성‘을 지닌 황포돛배 사업이 과연 긍정적인 측면만 놓고 계속 바라봐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도 있다. 작년, 황포돛배 운항 선원 인건비에만 총 2억에 가까운 예산이 소요된 반면, 그 해 탑승 티켓을 통한 순수 수입액이 7천여만원에 그쳤던 점은 이러한 주장에 근거를 더하고 있다.

이 같이 황포돛배의 적자 운영에 대해 나주시 관계자는 11일, “지난 2008년 황포돛배 운항이 시작된 이래, 올해 3만여명을 동원하면서 사업이 본 괘도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나주시는 그동안 황포돛배를 수익사업으로 추진하지 않고, 영산강을 활용한 새로운 관광상품과 나주를 알리고 홍포하는 상품으로 운영해왔다.
 
즉, 많은 사람들이 영산포에 와서 황포돛배를 타고, 홍어거리를 알리고 상가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운영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산포 선창주변에 버려졌던 건물들이 리모델링되고, 홍어가게가 40여곳으로 늘어나는 등 나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100만명을 넘으며 여러 부분에서 효과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철선 도입과 관련해 관계자는 “한번 황포돛배를 탑승한 관광객들이 같은 배를 다음번에 재이용하는 비율이 사실 그다지 높지가 않다. 때문에 승천보, 죽산보 등 새롭고 먼 거리를 빠르게 오고갈 새로운 형태의 유람선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동절기에 선실이 없어 불편을 겪었던 기존 목선들과는 달리 영산강호는 다수의 인원 수용이 가능한 선실과 다양한 편의시설을 구비했다. 계절적 요인을 고려한 것이다.
 
덧붙여 왕건호의 경우, 유지보수에 따른 예산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기 검사를 위해 목포 조선소를 가야하는데 규모가 크다보니 배를 수면 밖으로 끌어내 옮길 수가 없어 이틀 간 강 길을 따라 운항을 거쳐야하는 고충이 따른다. 반면 철선의 경우, 유지보수 비용을 상대적으로 절감할 수 있고, 목재에 비해 관리도 용이하다”고 전했다.

나주시 입장은 향후 관광 수요에 따른 새로운 관광선 개발과 그에 따른 효율적 운영의 당위성을 설명한 셈이다.

약 40여년만에 영산강에 모습을 드러낸 현대식 철선인 ‘영산강 호’가 올해만 3만여명이 탑승하며 호황을 누린 황포돛배의 명성을 이어 나주관광의 효자 콘텐츠를 전승해 갈지, 앞서 언급대로 외딴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하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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