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 입력 2015.11.23 11:50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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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 의사와 상담을 하면 의사는 환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메모를 한다. 그런데 그 메모가 의사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우리들이 알수가 없는 영어나 또는 전문용어로 써서 흘깃 봐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최종 상담을 마치고 의사가 발행해주는 처방전을 보면 더욱 심하다.
일반인들이 알아 볼 수 있는 용어는 찾기가 힘들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의사에게 이에 대해 문의한 적이 있다.

꼭 처방전을 이렇게 환자들이 알아볼 수가 없는 전문용어로 써야하느냐고 말이다.
그 의사분이 하는 말이 그것이 익숙해져서 더 편하기도 하고 어쩔수 없는 시스템이기도 하단다.
게다가 의사와 환자라는 관계설정에 따라 필요한 긍정적인 측면도 고려된 사항이라고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환자에게 의사는 절대적 존재여야 한다는 것이 치료효과도 더 높다는 것이다.
환자가 의사를 절대적으로 신뢰했을 때 치료효과가 더 높다는 것이 여러사례에서 확인된 경우라는 것.
그렇게 의사는 환자들이 봤을 때 뭔가 더 특별한 존재여야 하는 것이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이고, 일정정도 수긍이 가는 논리다.

그렇게 처방전은 전문적이고 어렵게 작성되는 나름의 사유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가 나주시 행정에서 발견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나주신문이 나비센터 조성사업 예산 집행내역을 행정정보 공개를 통해 입수했다. 강사비는 얼마고 재료비는 얼마고, 사업비는 얼마고, 인건비는 얼마인지 알고 싶어서 자료를 요구했는데, 정작 자료는 우리들이 흔히 접하는 병원 처방전 받은 느낌이다.

그냥 인건비라고 하면 될 것을 휴먼웨어라는 용어를 쓰고, 실무자들에게 지급된 인건비도 총괄기획, 공간플래닝, 어시스트, 아카이브 등 생소한 용어로 가득차 있다.

대략 일년에 약 7억여원을 집행하는데 휴먼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뉘어 집행내역도 좀처럼 익숙하지 않는 용어로 되어 있다.

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시의원이나 공무원들이 이러한 용어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꼭 이렇게 어려운 용어를 써서 사용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무엇을 바라고 이러한 어려운 용어를 써서 내역서를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의사 처방전처럼 환자들이 의사에 대해 특별한 존재감을 갖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그런 것이라면 우리 시민들도 나비센터에 대해 특별한 존재감을 가져줘야 할까?

그냥 인건비가 얼마고, 재료비가 얼마고, 운영비가 얼마고, 사업비가 얼마 사용됐다고 하면 없어 보여서 그런 걸까?
아니면 본인들이 전문가라는 것을 이런 명세서 하나부터 세세하고 전문용어를 들먹이며 강조할 필요성이 있어서일까?

그동안 칼럼을 통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은 눈먼 돈이라고 주장한 적이 많았다.
나름 사업적 목적이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우도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남의 돈으로 쉽게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나비센터도 당초 취지에 걸맞게 시민사회와 소통하며 어려운 용어보다는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춰가는 그런 센터가 됐으면 좋겠다.

이 차시에 시민들에게 하나 묻고 싶다.
“당신의 휴먼웨는 얼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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