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죄 유감

  • 입력 2015.12.21 15:23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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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현수 변호사
▲ 홍현수 변호사
소요죄라는 죄명을 들어보셨는가요? 아마 이런 죄가 있었는지 몰랐던 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최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관련된 소식에서 심심치 않게 소요죄란 단어가 들려 소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요죄는 우리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데,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형법 제115조). 여기서 다중은 한 지방의 공연을 해할 수 있을 정도의 폭행, 협박 또는 손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다수인임을 요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소요죄가 적용된 가장 최근 사건은 1986년 노동·학생·재야 운동단체들이 전두환 군사독재에 반대해 연 '5·3 인천사태'에 적용된 사례입니다. '5·3 인천사태'는 1986년 5월 3일 신민당 <직선제개헌 1천만 명 서명운동> 인천 및 경기도지부 결성대회가 운동권의 격렬한 시위와 공권력의 무력진압으로 무산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319명이 연행되었고 129명이 구속되었으며 전두환 정권의 운동권 탄압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 소요죄를 적용한 사건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소요죄를 적용한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소요죄를 확대 적용할 경우, 민주주의의 다양한 의견 표현을 위축시키고, 정당한 집회와 시위까지 폭동으로 매도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정치 역사를 살펴보면, 민중들의 정치적 관심과 사회참여가 민주주의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과거 독재와 반민주적인 정치 상황이 존재했을 때, 학생, 노동자, 농민들이 분연히 떨쳐 일어나 정치세력과 기성세대에게 반성을 촉구하곤 하였습니다. 민중들의 이런 정치적 관심과 사회참여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가 실현되어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민주주의는 개개의 의견과 입장차이가 존재한다는 다원주의를 기본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민주주의가 발전하여 소수의 의견도 존중받고 있고, 또한 비판과 토론문화가 성숙되어 있어 특정세력에 의해 사상이 지배받지 않는 건강성을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한편, 경찰이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사건은 2015. 11. 14. 이른바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입니다. 위 집회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노동개혁, 청년실업 등),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소홀, 농민문제, 빈곤문제 등에 항의하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여러 단체에서 개최한 집회 시위로서 비교적 평화적 해산으로 종료된 집회입니다.

위 집회에서, 시위에 참여한 사람 일부의 과격한 행동도 있었지만, 경찰이 쏜 물대포에 69세 농민 백남기씨가 맞아 뇌진탕으로 쓰러지는 등 경찰의 과잉진압도 많은 문제가 되었습니다. 소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한 지방의 안전평온을 해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하는데, 위 집회의 상황을 그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소요죄가 적용된 사건은 1986년 사건이고, 당시는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시대였습니다. 만약, 위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을 소요죄로 처벌한다면, 우리 민주주의는 다시 유신시대와 군부정권 시대로 회귀하게 되는 것과 다름 아닐 것입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 삼촌, 형, 누나, 동생들의 희생으로 쌓아온 민주주의가 퇴보하지 않길 진심으로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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