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로컬푸드 갈 길이 머네

생산자 교육 못지않게 소비자 교육은 더 중요

  • 입력 2016.02.29 11:22
  • 수정 2016.02.29 11:23
  • 기자명 박철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포면에서 청량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농가 A씨.
오늘 매장에서 팔린 농산물의 수량과 가격이 얼마만큼인지 핸드폰을 통해 확인한다.
그리고 내일은 얼마만큼의 농산물을 매장에 가지고 갈 것인지, 또는 미처 팔리지 않은 농산물을 얼마만큼 회수 할 것인지를 확인한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직접 본인의 농산물에 가격을 정하고, 매일 얼마만큼 소비되는지, 그리고 통장에 얼마가 입금되는지 확인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다.

또 다른 농가 B씨.
오늘 8천원어치 농산물이 팔렸다.
새벽 일찍 매장까지 가서 농산물을 납품하고 미처 팔리지 못한 농산물을 회수하다보면 왕복 차량 기름값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그래도 먼 미래를 보고, 농민들을 위한 제도이니만큼 이제 시작이라는 시청 공무원의 말에 동의하고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나주시청 농업정책과 공무원 C씨.
지난해부터 각 마을을 돌며 로컬푸드 생산자조직 교육사업에 제대로 퇴근시간을 맞춰본 기억이 없다. 품목별로 농가들을 정리하고, 지역별로 맞춤형 생산체제를 만들어보려하지만 쉽지가 않다.
 
농가들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라 정확한 기준을 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혼란이 일어날지 몰라 원칙에 충실하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생산자조직이 교육사업을 통해 정해지고 농산물 직매장이 오픈하면서 이제는 더욱 바빠졌다.
새벽부터 전화기를 들고, 농가들을 다그친다. 무슨 품목이 다 팔릴 것 같으니 언제까지 가지고 나오셔야 됩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마음에 걸린다.

새벽부터 가지고 나온 물건이 다 팔려봐야 겨우 3만원 안짝일 것인데 하루 일당도 안되는 금액을 놓고 서로 다그치고, 품질을 따지고,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한다.

그래도, 이렇게 자리를 잡다보면 분명 농가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하나로 오늘도 매장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나주시로컬푸드직매장의 풍경이다.
나주시로컬푸드 혁신도시직매장.
강인규 시장이 공약으로 내걸고 조례제정과 함께 나주시청 내에 로컬푸드센터까지 설치해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사업이다.

농업인 월급제와 함께 민선6기 강시장의 농업정책 성공여부를 판가름할 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본격적인 개장이 석달째 접어들면서 성공가능성 못지 않게 장애요인이 발생하고 있어 중간점검 차원의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가격이 비싸다는 것부터 시작해 품목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문제, 실질적인 농가소득이 아직은 멀었다는 문제까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농협측에서 나주시 로컬푸드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문제다.
모 농협측에서는 하나로마트 매출이 로컬푸드직매장 오픈 이후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불만을 심심찮게 제기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거론된다.

농협측의 이러한 불만이 명분이 있느냐는 차후 문제로 치더라도 농협과의 상생협력에 있어서는 나주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것만은 분명하다.

이렇듯 다양한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바로 소비자들에 대한 프로그램이다.

로컬푸드혁신점이 들어선지 3개월에 접어들었지만, 공공기관 임직원들조차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 역시 제대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위치조차 모르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나주시는 생산자 교육을 우선하다보니 소비자 교육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메뉴얼이 작성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아파트 입주자회 등을 비롯해 공공기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로컬푸드 소비자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이벤트 행사가 됐든, 반상회 교육이 됐든, 로컬푸드의 중요성에 대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입장이다.

한편, 나주시는 나주형 로컬푸드시스템 구축 기본 방향으로 ▲소농 중심의 다품목 소량 연중 생산체계 구축 ▲농업정책 소외층인 소농, 고령농에게 안정적인 소득 보장 ▲소량다품종생산체계를 통한 단작화 폐해 완화, 연중 공급 보장 ▲생산자조직의 활성화 ▲마을단위 조직을 통한 공동체 복원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공동체 가공 지원 및 육성 ▲지역 내 자원순환체계 수립을 통한 생태농업 실현 ▲유통 단계의 축소, 신선 농산물의 소비 확대 ▲생산자와 소비자의 살아 있는 관계 형성 등을 설정했다.

이를 기초로 생산자 및 소비자 교육 활성화, 토론 문화 형성, 생산비를 보장하며,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 결정 구조, 생산자조직 간 협력관계 구축 등을 기본 전략으로 농산물에 대한 지역자급율을 설정하고 지역내에 식당 로컬푸드지정제 등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