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운동

  • 입력 2016.03.21 13:40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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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고질병이 터졌다. 아니 한창 터지고 있는 중이다.
선거때만 되면 유권자나 전문가들은 정책이나 인물로 승부를 가리자고 하지만 정작 선거판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는다.

각 후보들의 약점이 집요하게 파헤쳐지고, 근거없는 모략과 선동이 집요하게 판을 친다. 이것도 모자라 직계가족이나 친인척의 약점도 들먹이고, 밑도 끝도 없는 도덕성(불륜, 비리) 등의 문제까지 들먹인다.

명예훼손에 인신공격까지 정작, 정책이나 공약, 인물 됨됨이나 후보가 사라온 삶의 궤적은 사라지고 온갖 추악한 네거티브가 판을 친다.

이러한 선거판이 과열되면 유권자는 정치 자체에 혐오를 느끼고 결국은 선거를 포기하거나 정치 자체를 남의 일로 여기고 가까이 하려하지 않는다.

옛 군부독재 시절에 기득권 정치인들이 주로 써먹던 수법이다.
투표율이 낮아야 자신들에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나주도 선거철만 되면 네거티브 선거전이 되어버렸다.
선거관리위원회나 시민단체 등이 나서서 정책선거, 인물선거를 아무리 강조해도 이 괴물같은 네거티브 선거전을 막기가 수월치 않다.
우선 유권자 입장에서 귀가 솔깃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에도 각 후보들의 공약과 후보간 장점들은 사라지고, 흔히 시쳇말로 “늙은 놈, 무식한 놈, 도둑놈들의 선거판” 이라는 비이성적인 네거티브 선거판이 되어버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에 있었던 각 지역별 농협조합장 선거에도, 근거도 없는 비리문제와 여자문제 등이 상대후보를 공격하는데 심심찮게 사용됐다.

점잖게 말해서 그렇지 속을 들여다보면, 선거만 이기면 되고, 상대후보에 대한 인격살해에 가까운 일들이 숱하게 이뤄졌다.

그러한 선거풍토는 결국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상대를 인정하지도 않고 철천지 원수관계로 남게 된다.

이번 총선도 이러한 우려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아 무력감을 느낀다.
암울했던 80년 독재정권 시절에 민주화 운동을 하다 투옥된 적이 있는 후보는 어느새 전과범으로 전락했고, 모 후보는 부친의 행적까지 들먹이며 공격을 받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각종 공약이나 정책, 이들이 살아왔던 인생의 경륜이나 품격은 그 어느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상대방을 떨어뜨리기 위한 근거 없는 악의적 소문들을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고, 이것을 철저하게 선거판의 주 이슈로 끌어들인다.

전형적인 네거티브 선거판이 이제 나주를 휩쓸고 있다.
한 동안 나주를 암흑기로 내몰았던 각종 고소고발전이 또다시 뒤를 이을 것이 분명하다.
정작 누구를 위한 선거인지, 선거의 원칙은 아예 사라져버린 듯 하다.

결국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만이 이러한 고질적 병폐를 치료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 또한 만만치 않다.
자칭 선거판의 귀재라는 이들이 여전히 각 후보진영에 또와리를 틀고 앉아 네거티브 선거전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대학생이 유투브에 이번 총선을 두고 후보 고르는 법을 소개한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된 것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압권이다.

상대 후보를 욕하는 놈만 찍지 않아도, 우리나라 정치판이 50%는 깨끗해질 것이라는 그 대학생의 깜찍한 발상이 무척 그립다.

우리 나주도 그랬으면 좋겠다.
적어도 상대방 욕하는 후보는 절대 찍지 말자.
오직 못났으면, 오직 자신이 내세울 것이 없었으면, 상대방 약점이나 캐고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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