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학습효과

  • 입력 2016.04.11 10:12
  • 수정 2016.04.11 10:13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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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인기라고 한다. 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는 물론 전업주부들의 가입이 증가하고 있다. 13년 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마저 든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4대 개혁입법을 통해 역대 정부가 미루어왔던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였다.

과거정권은 평균수명이나 재정 추계를 고려해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했었다. 그러나 선거와 정치적 이유 등 국민의 조세저항을 이유로 떠넘기기식 폭탄 돌리기가 넘어온 것이었다.

88년 3%의 낮은 보험료율 설계로 시작된 국민연금은 98년 9%로 인상한 후 지금까지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재정고갈 문제를 더는 미룰 수 없었던 참여정부는 보험료율을 9%에서 15.9%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OECD 국가들의 평균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재정고갈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었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대립이 극에 달하던 2004년 5월 ‘국민연금의 비밀’이라는 글은 온 나라를 흔들어 놓았다. 소용돌이의 핵심은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된다는 괴소문으로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갔다.

한 네티즌의 글로 시작된 소위 ‘안티 국민연금’은 급기야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등장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또한 ‘국민연금 8대 비밀’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도화선으로 촉발되어 촛불집회에 주요메뉴로 등장하였다. 더구나 정치적 상황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로 혼란한 정국인 데다 열린우리당이 밀어붙인 국민연금 개혁은 국민에게 부정적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국민연금 가입자가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재정고갈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고 보험료율이 인상된 것도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소득대체율이 낮아진 것을 감안하면 더 나빠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수가 증가한 것은 온전히 학습효과라 생각된다.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자가 아닌 전업주부 등 여성이 남성보다 4배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직장가입자나 통상적인 가입자도 증가하였지만, 과거 국민연금 사각지대와 불신에 동조했던 계층에서 가장 큰 증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외다. 더구나 일용직 근로자 등 전체 임의가입자의 84.3%가 여성이란 점은 저출산 고령사회와 노후불안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국민은 공무원연금 개혁과정에서 연금의 형평성과 노후보장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고령사회에 대한 언론매체의 역할도 컸다. 특히 경제적 여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들에게 국민연금은 불안한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비쳤다. 이것은 저금리 기조 및 결혼과 이혼 등 가족구조의 변화,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 등의 요인이 국민연금 가입증대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이 특별법에 따라 국가의 통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신뢰도 점차 회복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를 따져봐도 실제로 괜찮은 금융상품이란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정부의 홍보와 정책의 역할도 긍정적 효과로 나타났다. 추납과 반납제도는 상당한 메리트로 작용했으며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 사업 역시 취약계층을 위해서는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다.

이론적으로 연금제도는 복지국가로 가는 나침판이다. 물론 국민은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고 현재의 소비생활을 즐기기 위해 미래를 위한 저축을 게을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은 이러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면서까지 국가책임으로 강제저축을 유도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신뢰를 쌓고 국민의 재산을 보호할 책무가 있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이기에 정부가 정치적인 판단으로 활용해서도 안 된다. 연금정책의 잘못된 신호와 불신이 또다시 나타난다면 연금이 아니라 용돈에 불과한 장식품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점이나 정책적 과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국민적 합의와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고 길게 가입하여 많이 낸 사람이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진정한 1인 1연금 시대로 가기 위한 준비와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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