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도 연륜도 녹색돌풍 앞에서 촛불

도 넘은 비방 흑색선전, 풀어야 할 숙제로

  • 입력 2016.04.18 13:31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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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전역을 강타한 녹색바람은 나주도 비켜가지 않았다. 전국이 여당의 오만함을 심판하는 선거였다면 호남도 지역에서 50년 여당역할을 해 온 민주당을 심판하는 선거였다.

전국이 여당을 심판했다면, 호남은 호남대로 여당을 심판한 셈이다.
나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20년 정치연륜도 현역 프리미엄도, 오랫동안 자리잡은 당 조직도 녹색돌풍 앞에서는 맥을 못 췄다.

 
 
나주지역 20개 읍면동 투표현황이 이를 그대로 보여줬다.
신정훈 후보는 5개 지역에서만 겨우 앞섰고, 대부분 전 지역에서 손금주 후보에게 뒤졌다. <표 참조>
손금주 후보는 정치신인인데다 지역에 내려온 지 겨우 2개월 만에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오만한 민주당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 녹색바람을 탄 것이다.

처음부터 손 후보의 승리를 예측하기에는 무리가 많았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평가다.
신 후보가 혁역 의원이면서도 조직과 연륜에서 정치신인이 이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고 본 셈이다.
손 후보 측에서는 결국 지역 내 자리 잡고 있는 반 신정훈 세력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였고, 손 후보의 참신함과 달리 손 후보 운동원들은 신 후보의 전과자 프레임과 비방흑색 선전으로 선거판을 달궜다.

손 후보 측 선거운동 방식은 정책보다는 상대방 흠집내기에 올인 한 듯한 전술로 도를 넘었고, 지역을 편 가르기로 해석해 각종 토론회를 불참하는 등 배타적 선거방식을 택했다.
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세 불리기’도 후보들 간에 각축전이 벌어졌다.

신 후보측은 무소속으로 있던 시의원들까지 입당해 몸집을 불렸고, 손후보 측도 현역 도의원과 전직 시·도의원들을 영입해 세 불리기에 나섰다.

정치철학이나 가치관에 부합한 세 불리기가 아니라 단순히 몸집만 불리기였다는 평가는 양측 진영 모두에게 해당된 케이스다.

선거초반에는 각종 언론에서 신정훈 후보의 신승을 예상했다.
4월 4일자 마지막 여론조사 발표시점에서 KBC는 신정훈 후보의 5% 가량 앞섬을 예측했고, 일명 깜깜이 선거라고 불리던 5일 이후에는 신후보측과 손 후보측에서 서로 앞서고 있다는 문자메시지가 여론조사를 대신해 유권자들에게 전달됐다.

과열된 선거판은 4월 9일 나주 목사골장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지는 해프닝을 연출하는 등 나주 국회의원 선거는 정책과 인물이 실종되고 저급한 네거티브만 판쳤다는 기록만 남기게 됐다.

역대 선거 중 가장 저급한 선거였다는 오점을 남길 정도로 과열된 나주화순의 결론은 손금주 후보의 압승이었다.

나주에서도 화순에서도 손 후보의 압승으로 표심은 드러났다.
도의원부터 시장까지 그리고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까지 한 신정훈 후보가 정치새내기 손금주 후보에게 무릎을 꿇은 셈이다.

20년 정치경력도, 현역 프리미엄도, 농민회부터 자치연대 그리고 민주당 조직까지 갖추고 있는 신정훈 후보가 초반 예측과 달리 무너진 셈이다.

그나마 녹색돌풍에 전멸한 호남지역의 특성상 신정훈 후보는 낙선한 더민주 후보 중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했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오랫동안 신정훈 의원과 함께한 한 지인은 “신정훈의 개혁성과 지역헌신성이 20년 넘은 피로감을 뛰어넘지 못한 것”이라며, “지역민의 변화와 열망에 부응하지 못한 점도 중요한 하나의 패인”이라고 지적했다.

손금주 후보 측의 한 관계자도 “신정훈 후보도 나주의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20년 넘게 지역정치를 해 오면서 본인의 뜻과 다르게 시민들에게는 패거리 정치로 보여질 때가 많았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보여줬듯이 반신 정서는 나주에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결국 신정훈 후보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이 당선됨에 따라 더민주당 소속인 강인규 시장을 비롯해 시도의원들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지방선거는 2년이나 남아 있지만, 현역 국회의원이 바뀜에 따라 정치지형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서로간의 생채기에 대해서도 향후 어떤 치유과정을 거칠지도 주목된다.
재선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 나주정치의 특성상, 지역통합에 누가 적임자이냐에 따라 시민들의 또 다른 판단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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