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농사

  • 입력 2016.09.26 14:01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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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의 시름이 한두해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그 한숨이 깊어 심각성이 다른해와 다르다.
농민들의 피값이라고들 하는 쌀값이 예전에 비해 대폭락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쌀값이 시장자율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쌀수입 정책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올 조생종 매입가격이 작년대비 1만원대가 넘게 폭락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또 6만톤의 밥상용 쌀수입을 공고했다.

사실상 정부가 쌀값 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농민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고 수확한 나락을 도로가에 무작위로 뿌릴날도 얼마남지 않은 듯 하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쌀이 주식인 국민들은 사실상 무감각한 것 같아서 농민들을 더욱 애태우고 있다.
이렇게 국민들이 쌀값에 무감각해진 것은 쌀값에 대해 정확히 체감하고 있는 국민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들이 흔히 마시는 4,500원짜리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이면 쌀을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값이면 식당에서 나오는 공기로 20그릇 분량의 쌀을 살 수 있다.
보통 한공기에 들어가는 쌀 원가를 계산해보면 250원 정도 계산되기 때문이다.

천원짜리 껌 한통이 밥공기 네그릇이다.

농민들의 피값이라는 쌀값이, 여전히 우리 국민들의 기초식량인 쌀값이, 타 산업에 비해 얼마나 헐값인지 보여주는 실례다.

우리들이 먹고 있는 쌀값의 불편한 진실이다.
쌀값이 비싸지면 국민들의 생활이 더 어렵게 된다는 말은 이제 사기나 거짓말이 되어버린 시대다.
농민들이 쌀수입 정부대행기관으로 낙인찍혀버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에 나락을 야적하는 것도, 청와대까지 쳐들어가 쌀을 뿌리겠다는 그 심정도 이제 이해할 만 한 지경이다.

농민단체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아스팔트 농사라는 것이 있다.
일년 동안 뼈빠지게 일해도 구조적으로 먹고살기 힘든 농업현실을 극복해보고자 매년 이맘때면 도로로 공공기관으로 몰려가 일명 데모(집회)를 하는 것을 아스팔트 농사라고 한다.

농민들도 오죽했으면 아스팔트 농사라는 말까지 만들어냈을까?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이 상식처럼 들리던 때가 있었다.

농업이 또는 농민이 천하의 근본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농자천하지대봉이 되어 버렸다,

농업 또는 농민들이 천하의 봉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정부는 더 이상 우리농업을 이렇게 방치 또는 말살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의 먹거리를 외국에 의존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인가?
텔레비전이나 핸드폰은 없어도 살지만 쌀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들도 위에 언급한 쌀값에 대해 다시한번 재고했으면 좋겠다.
껌 한통값도 못하고 커피 반잔값도 안되는 쌀이 언제까지 천대받아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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