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나쁜 대통령

  • 입력 2016.10.04 11:21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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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다.

그때에도 농민들이 서울로 상경해 집회를 하다가 농민 전용철씨와 홍덕표씨가 시위과정에서 사망했다.

“농민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진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대통령은 즉각 사과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인을 밝히고 그 과정에 책임져야 할 일이 나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당시에 정치권에서 나왔던 말이다.
누가 했을까?

현재 새누리당 당대표인 이정현 의원이 한 말이다.
당시에는 한나라당 부대변인 신분이었고, 당 대표는 박근헤 현 대통령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공식 입장을 통해 “농민의 죽음이 과잉진압과 연관이 있는지 여부는 명확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다연한 사과와 보상 등 정부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현 박근혜 대통령이 당대표로 있던 한나라당의 공식 논평이었다.
어쨌든 노무현 대통령은 결국 대국민 사과를 했고, 정부차원에서 보상까지 약속했다.
불과 11년 일이다.

그런데 그러한 일이 데자뷰처럼 10년만에 벌어졌다.
경찰이 물대포를 직사해 시위현장에서 농민이 의식을 잃었고, 10개월 동안 병상에 누웠있다가 결국 사망했다.

고 백남기 농민이다.
하지만 10년전에 그렇게 대통령 사과와 정부의 책임, 진상조사를 통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자 처벌을 주장했던 이들이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영화제목 같은 이야기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참 나쁜 사람”이라는 표현까지 했다.

그렇게 원칙을 강조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이 없다.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던 당시의 한나라당 부대변인 이정현 의원은 현재 새누리당 대표가 되어서 역시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해서는 모르쇠요, 되려 정세균 국회의장 사과를 요구하며 단식투정을 부리고 있다.

참 나쁜 사람들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농민시위 사망관련 사과문을 보자.
2005년 12월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시위 농민 사건 관련 대국민 사과문이다.

“시위 도중에 사망한 전용철, 홍덕표 두 농민의 사망이 경찰의 과잉행위에 의한 결과라는 인권위원회 발표가 있었습니다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사죄 말씀을 드리고 아울러 위로 말씀을 드립니다. 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서 정부는 책임자를 가려내서 응분의 책임을 지우고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국가가 배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허준영 청장은 대통령 사과발표 이틀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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